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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반란의 유행… 24살 항우가 일어서다158. 초패왕 항우①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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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3  09: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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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力拔山氣蓋世 역발산기개세
힘이 (강하여)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만하다 <항우본기> 
항우의 힘이 강함을 비유한 말로, 항우 최후의 순간 스스로 부른 노래 중에 나옴  

항우(項羽)는 회계군 오중이란 곳에 살고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초나라의 마지막 명장 항연이다. 진(秦)나라가 초를 정복할 때 초왕을 구원하러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항우는 숙부인 항량(項梁)의 손에서 길러졌다. 이미 초나라는 멸망하여 진시황의 지배아래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항량은 항우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 회계군의 오중이라는 곳에 가서 살았다.

진시황의 행차를 탐낸 소년  

항우는 어려서부터 힘이 세고 머리가 야망이 컸다. 그러나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어려서 글을 배우다가 그만두었다. 항연이 검술을 가르치자 이것도 얼마 안가 그만두려 하므로 항연이 노하여 꾸짖자 우가 말했다. 

“글공부는 이름자를 쓸 정도면 족하며, 검은 한 사람만을 대적할 수 있는 것이므로 배울만하지 못합니다. 저는 만인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병법을 가르치자 우는 크게 기뻐하였으나, 이도 대강의 뜻만 배우고는 그만 두었다. 그러나 검술이나 병법을 따로 배울 필요도 없이 항우는 범상치 않은 소년이었다.  

그가 아직 어릴 때 진시황이 유람을 나와 회계산과 절강을 지나갔다. 항우는 숙부와 함께 멀리서 그 화려한 행차를 구경하였는데, 문득 “나도 저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여 항량을 놀라게 했다. 항량이 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철없는 말이라 해도, 자칫하면 삼족이 화를 입을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항량은 유서 깊은 무신 가문의 가장으로서, 오중에서 크고 작은 일을 주관하여 명망을 얻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병법과 용인술을 공부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여 장차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주변에는 그를 혹은 존경하고 혹은 두려워하면서 마음으로부터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진시황의 말년에 이르러 진나라는 극히 혼란스러웠고, 진시황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에는 대륙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시골사람 진섭이 장정 9백 명으로 시작하여 마침내 옛 진(陳) 땅에서 왕을 자처하던 무렵 반란은 이미 유행처럼 번져 있었다. 

함양으로부터 반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하라는 명령이 내려와도 이를 받들려는 수령은 없었다. 오히려 2세 황제와 승상 조고의 실정을 비웃으면서 반란군에 가담하거나 스스로 반란을 일으키는 숫자가 더 많았다. 

항우가 살고 있는 회계군의 군수도 거사할 뜻을 품었다. 

군수 은통이 대부 항량(項良)을 불러 말했다. 

“강서 지역은 모두가 반란을 일으켰으니, 이는 하늘이 진나라를 멸하려는 뜻이 있기 때문이오. 먼저 일어나면 남을 제압하고, 늦게 일어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는 말이 있소. 나는 이제 그대와 환초를 장수로 삼아 군사를 일으키려 하오.” 

환초는 항량과 더불어 이 지역의 이름난 장수였으나, 마침 난리통에 몸을 피하여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항량이 말했다. “환초는 지금 도망하여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의 조카 항적이 아마 그곳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항적은 항우의 본명이다. 항량은 곧 밖으로 나와 항우에게 검을 가지고 기다리라 하고는 은통에게 돌아와 “이제 조카에게 환초를 찾아오라는 명을 내려주십시오.”하고 말했다. 은통이 “좋소”하며 항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는데, 잠시 후 항량이 “지금이다”하고 말하며 눈짓을 보내자 항우는 지체 없이 검을 뽑아 군수의 머리를 베었다. 놀란 관군이 황급히 달려들자 항적이 홀로 칼을 휘두르며 내쳐나가니 순식간에 쓰러진 장졸들이 1백여 명이나 됐다. 

항량이 곧 군수의 인을 차고 회계군의 군수가 되었으며, 항우를 부장(副將)으로 삼고 휘하의 현을 모두 병합하여 정예군 8천명을 얻었다. 지역의 호걸들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이 때 항우의 나이 24세. 키는 8척이 넘고 힘은 큰 정(鼎)을 혼자서 들어올릴 만했다. 재기가 범상치 않아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강서에서 대군을 얻다

그때 진왕(陳王) 진승(陳勝)의 명령으로 광릉을 공격하던 소평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광릉을 함락시키기도 전에 진승이 진(秦)군에게 패해 달아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소평은 자신도 곧 토벌군에게 쫓길 것을 예상하고 급히 회계군으로 들어와 진승의 명을 사칭하여 항량을 초왕 상주국(상대부의 관직)으로 봉하고는 강서로 출동하라고 명했다. 

그 바람에 항량은 군사를 움직이게 된다. 8천의 군사를 이끌고 서쪽으로 진출하여 보니 이미 진영이란 사람이 거병하여 진군을 물리치는 중이었다. 항량은 진영과 힘을 합치고자 하였다.

진영은 본래 동양현 사람이다. 평소 신의가 있고 신중하여 고을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먼저 거사하여 현령을 죽이고 지도자를 찾던 중에 명망가인 진영에게 왕이 되어주기를 청하여 거절하지 못하고 우두머리가 된 터였다. 

그 때 진영의 모친이 아들을 불러 일렀다. “너의 가문에 이제껏 귀하게 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네가 갑자기 왕이 된다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못된다. 차라리 남의 밑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그래서 일이 잘되면 대부가 될 수 있고, 혹 잘못되더라도 일가친족이 멸절하는 화는 면할 수 있을 것 아니냐. 지금 세상은 새로운 왕을 구하고 있다마는, 너는 사람들이 고대하는 인물이 아니다.”

마침 항량이 연합을 제안해오자 진영은 수하 장수들을 모아 놓고 설득했다. “항씨는 대대로 장수의 집안이며, 초나라에서도 명망가이니 큰일을 일으키는 데는 그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진영은 휘하의 2만 군사를 이끌고 항량군에 합류했다. 

잠시 후 항량이 “지금이다”하며 눈짓을 보내자 항우는 지체 없이 검을 뽑아 군수의 머리를 베었다. 황급히 달려드는 관군들에게 항우가 홀로 내쳐나가며 순식간에 1백 명을 쓰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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