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 박완서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예수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서 성서를 통독한 박완서 작가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 그 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쓴 ‘말씀의 이삭’을 엮어낸 산문집이다.

죄 없는 고통 앞에서 인간은 ‘왜’를 묻는다. ‘왜 하필 나인가?’ ‘이런 끔찍한 일은 왜 벌어지는가?’ ‘신은 왜 이런 부조리를 눈감는가!’ 저자 또한 그랬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누구보다 아름답게 살아낸 친구의 죽음이나 숱한 사람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 앞에서 그는 극심한 분노와 의혹에 시달리고, 다리 없는 몸을 바닥에 끌며 구걸하는 이의 찬송을 들으면서는 “주님, 저 불쌍한 이한테까지 찬양을 받으셔야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너무 잔인하십니다.”라며 원망하기까지 한다.

스스로를 “차가운 이기주의자”라 칭한 저자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 그 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쓴 ‘말씀의 이삭’과 이를 엮어낸 산문집 ‘빈방’에서  “제가 예수에게…사로잡혔다고는 하나 곧이곧대로 믿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건 분명히 위선일 것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예수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서 성서를 통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고백했다.

연민과 사랑, 그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써 내려간 ‘빈방’은 노년기 박완서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신과 인간에게 올리는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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