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일이 터지고 있다. 전쟁에 의한 포화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 요즘처럼 테러와 갈등 그리고 대량살상이 횡행한 때는 없었다. 이를 일컬어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심판의 때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말 그대로 종말론의 실제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종교적 말세현상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신자나 비신자들도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4.13총선이 가져다준 여소야대정국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솔직히 희망적인 기대는 아니라고 해도 이 정권이 얼마만큼이나 더 지지부진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 그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덜컥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입이 벼락같이 결정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먹고사는 문제 못지않게 민감한 것이 안보관련 사안이다. 사드문제가 미구에 뜨거운 사안으로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벌써부터 해왔다. 그러던 것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이후 빈번해진 유도탄발사실험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안보현실에 대한 심각한 점검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 핵을 견제할 새로운 무기체계로서 사드도입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만만찮은 반발도 이미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오직 대북안보차원에서 사드를 도입하겠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로 해서 자국의 안전보장에 이상이 생긴다는 억지성 반발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드도입을 두고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은 우리나라가 얼마만큼이나 심각한 중병에 처해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노리는 내부분열상이 그 심도를 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집권후반기 항로가 불안하기만한 이 정부의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명색뿐인 집권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각기 자리다툼에 혈안이 되어있다. 국민의 삶이 어떠한지는 이미 논외가 된지 오래다. 국민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 지난 총선전후에 보여준 여야의 공천전쟁을 목도하면서 정치에 대한 일말의 희망도 접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차제에 나온 청년실업 관련통계는 우리경제가 그려낼 미래에 대해 심각한 위기를 예고하고 있어 소름이 돋는다.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17년(1999년 6월)만에 최고치(10.3%)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부문의 취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해운부문 구조조정에 따라 경남, 울산 등 조선업체 밀집지역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지난 6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p 올라가 약 1만8000명이 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증가한 반면 30-50대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년실업자 10명 중 4명이 대졸 이상이라는 것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OECD 1위에 올라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함께 대학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요원하게만 들리는 까닭은 이를 주도해야 할 국회가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 그리고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청년들 가슴에 하나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누구의 나라인가?’라는 의문의 그림자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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