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서양식 구멍가게로 우리나라에 발을 붙이기 시작한 소위 편의점이 어느새 토종 구멍가게를 거지반 몰아내고 정착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착단계에 이르렀다는 정도가 아니라 날로 점포수가 늘어가고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입초기 상당기간 편의점은 물가가 비싸고, 유지관리비용이 만만찮아 겉보다는 실속이 없는 업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래서 막상 구멍가게를 편의점으로 바꿨던 업주들의 불평도 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편의점이 이제는 전국에 무려 3만여 곳이 생겨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3대 편의점만 해도 그 정도이고 날마다 수백 곳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한때 정착하기가 쉬어보이지 않던 편의점이 이제는 골목직종의 인기 아이템으로 까지 부상한 까닭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편의점의 가장 큰 단점은 토종 구멍가게보다 물건 값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도입초기 그것이 편의점의 당연한 장점인양 내세우기도 했다. 밝고 깨끗한 시설에서 상냥한 점원이 영수증까지 챙겨주는데 값이 다소 비싼 것이 흠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편의점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세계화시대의 비용쯤으로 치부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편의점만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때는 그러려니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동네상권에서 그들 식(편의점) 자부심은 통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있어 ‘비싸다’는 인식은 체질화 되거나 용해되지 않고 때마다 시비꺼리가 되었다. 그 결과 성장속도가 지지부진했다. 당연히 부침도 심했다.

그러던 편의점이 새롭게 거듭나기 시작했다. 구멍가게답게 과자류 그리고 음료, 담배, 생필품 종류만 취급하던 곳에서 서비스라는 이종(異種) 품목이 곁들여 지면서 차츰 상권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종교합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기존의 물건 값도 일반소매점과 동일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은 이제 도시골목상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도시는 물론 산간벽지, 해변마을, 도서지역까지 분포되어 있다. 생필품, 공산품, 기호품만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용달서비스, 은행, 우체국업무까지 할 수 있는 생활편의업소로 바뀐 것이다.

발 빠른 편의점사장은 동네생활상담소 역할을 해내고 있을 정도다. 동네의 사랑방 몫을 하고 있다. 여자대학 주변 편의점에는 학생들이 찾아와서 화장도 고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자연히 매상도 늘어난 것이다.

편의점이 이렇게 변화를 모색해서 발전을 도모했다면, 다른 업종의 변화와 발전은 불가능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대답이다. ‘어떻게’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골목 생맥주집에서 여성용 악세싸리 혹은 간단한 의상(티셔츠 등) 또는 남녀 간에 쉽게 건네는 선물 등을 예쁘게 디스플레이 해놓으면 매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네 음식점, 중국집, 치킨 집, 책방, 미장원 등등 생각에 따라 업종의 이종교합은 색다른 진화를 통한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작은 미용실은 경영하던 사장님이 남편에게 해외여행 업무를 익혀 고객들과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여행사진으로 장식한 거울을 보고 앉아있는 손님의 머리를 다듬으며 여행담을 들려주는 장면은 자연스러웠다. 

이제는 단골손님이 많아져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주선하고 있을 정도로 고객이 늘어났다. 아예 옆 점포를 여행사로 특화시켰을 정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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