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익숙하지 않은 브렉시트(탈퇴)라는 단어 하나가 전 세계적 관심사로 표적이 되었던 지난 한주였다. 영국 국내문제에서 비롯된 어쩌면 매우 국부적인 이슈에 불과한 사안인성 싶었다. 게다가 영국 내에서도 찬성하는 쪽보다 탈퇴를 반대하는 쪽의 힘이 더 크다는 느낌이 많아보였던 터였다.

영국이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것이야 아니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냐를 묻는 국민투표였다. 영국, 서독, 프랑스가 기둥이 되어 EU를 이끌어 오던 체제였다. 영국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중심국이었다. 그런데 국민의 과반수이상(선거참여국민)이 연합체제에서 탈퇴하는데 덜컥 찬성한 것이다.

문제는 결과가 나온 이후에 보인 세계적인 반응이다. 특히 세계적인 불황상황에서 파운드화의 급락이 가져온 경제적 충격파에 대한 계산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결정이 세계에 엄청난 파문을 던진 예는 흔한 예가 아니다. 더구나 전쟁이나 엄청난 자연재해라고 해도 그 손익은 거의 분명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그에 비해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판도 변화는 물론 강대국들의 세력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까지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상 탈퇴하는 것이 좋다는 쪽에 표를 던진 영국유권자들도 자국민은 물론 유럽의 회원국을 위시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이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하자 갈피를 못 잡고 패닉상태에 빠진 형국이다. 

세계 5대 경제대국, 선진금융대국으로 꼽히는 영국이 브렉시트가 가져올 영향을 계산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경우의 수를 비롯해서 다면적인 검토가 왜 없었겠는가. 그런데 작금의 사태를 대하는 영국지도자들의 표정에서는 너무나 뜻밖이라는, 그리하여 유구무언(有口 無言)이라는 모습을 읽기 어렵지 않다.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붙인 것은 정치인들이 내린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이벤트를 통해 흔들리는 정권을 다잡기 위한 방편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 반대편에서는 이를 계기로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각자의 계산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양쪽이 모두 ‘오직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해’행해질 것이라는 구호를 앞세웠음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너무 엄청난 반향을 불러온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안목은 이렇게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임을 우리도 목도하고 있다. 며칠 전 끝난 경상도지역에 만든다던 공항건립문제도 정치적인 연원에서 비롯된 한판의 아수라장이었다.

기존의 공항을 손질해서 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어찌 보면 소위 솔로몬의 지혜를 닮은 결정과 비슷하지만 지역정서는 또 다르다. 어느 쪽에서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는 현지반응이다. 정치집단이 두고두고 명심해야할 일이다.

당장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내어놓는 말 한마디가 머지않은 장래에 나라가 뒤엎어지는 사태로 변질된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권은 유한하고 나라는 무한해야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에 온갖 매스컴은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 영향이 어떻게 번질 것인지를 놓고 탐색에 들어갔다. 우리로서는 당연히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분석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명쾌하게 설명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정권욕에 찌든 위정자들을 탓할 일이다. 1년 후 닥칠 치기대권주자들이 눈여겨 볼 일이고, 표를 가진 우리 국민이 유심히 들여다 볼일을 지금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실물경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보다는 공약이라는 미명하에 나라 망치는 위정자들은 이제 제대로 가려 뽑을 줄 아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다. 영국이 보여주는 한판의 연극을 눈 여겨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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