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주력 차종 디젤모델 출시 줄줄이 ‘보류’
업계 “디젤차 미세먼지와 큰 관계없어”…마녀사냥식 몰아가기 ‘우려’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사진=폭스바겐코리아>

[현대경제신문 박관훈 기자] 한때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시장을 지배하던 디젤차의 아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과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까지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누적 판매량을 살펴보면 디젤차 비중은 66.4%로 전년 67.7% 대비 1.3%p 감소했다. 이에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차 출시 계획을 연기하거나 가솔린과 친환경차 위주의 신차 출시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도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디젤차를 꼽으며 관련 규제법안을 발의하면서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디젤 신차 출시가 뜸할 전망이다.

한국지엠 말리부.<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 말리부.<사진=한국지엠>

디젤차의 좁아진 입지를 반영하듯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주력 차종의 디젤 모델 출시를 보류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당분간 말리부 디젤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세대 말리부 판매량 전체 1만5177대 중에서 디젤 모델의 비중은 46%인 6991대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올해 출시된 말리부 2세대 모델에 1.5터보와 2.0터보 모두 가솔린 엔진으로만 트림을 구성했다.

한국지엠은 디젤차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디젤 모델 출시를 보류하고 하이브리드를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이르면 7월 중으로 말리부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역시 국내 시장에서 EQ900와 G80의 디젤 모델 출시를 잠정 보류했다. 이달 초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G80의 경우 2.2 디젤 모델 출시를 연기했으며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던 EQ900 디젤 모델도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제네시스 G80.<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사진=현대자동차>

디젤스캔들의 당사자인 폭스바겐 그룹은 최근 아우디 신형 A4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모델 2개 차종만을 선보였다. 지난해 구형 아우디 A4의 전체 판매량 4943대 중 디젤 모델의 비중이 96%인 4769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신형 파사트 역시 가솔린 모델로만 출시됐다.

이 같은 업계의 흐름에는 정치권의 ‘반(反)디젤’ 기조가 한 몫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지난달 30일 ‘클린디젤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 범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찬열 의원은 “클린디젤이라는 미명 아래 휘발유보다 낮은 세금, 환경개선 부담금 면제 등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더티 디젤’임이 밝혀졌다”며 “클린디젤을 조속히 제외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 촉진 지원 대상에서 클린디젤차를 제외토록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친환경차의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차를 개발해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아우디 신형 A4.<사진=아우디코리아>
아우디 신형 A4.<사진=아우디코리아>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디젤차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며 ‘마녀사냥식의 몰아가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각 64.9%와 52%가 산업 현장에서 배출된다. 반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10.8%, 초미세먼지는 15.6%에 그쳐 주범으로 꼽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자동차 부문에서도 화물차가 68%, RV 차량이 22.5%의 비중을 차지해 0.3%에 머문 승용차의 비중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승용 디젤차 출시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감소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가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잇따른 배출가스 조작 사태 때문”이라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디젤차 규제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미세먼지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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