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복거일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소설가, 시인, 사회평론가로 활동하는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 복거일. 그는 2014년 초, 세상에 깜짝 놀랄 뉴스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2년 반 전에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항암 치료를 거부했다는 소식이었다. 암세포가 전이되어 치료받기엔 늦은 상태였다고 그는 자신의 상태를 짤막하게 전했다.

그리고 암에 걸린 소설가들이 항암 치료를 받느라 글을 쓰지 못하다가 세상을 뜨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기 때문에, 자신은 글을 쓰고 싶어서 항암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작가에게 '삶'은 최선을 다해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날을 기다리면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업을 완성해나가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삶에 충실히 글을 써나갔고, 현재도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그로부터 세월이 2년 더 흘렀다. 그 사이 작가는 항암 치료를 마다하며 과학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와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를 완성했다.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죽음 앞에서 마무리한 인생의 필작(必作)이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세상이 기뻐했다.

작가가 암 진단을 받은 지는 4년이 지났다. 일흔이 된 후에도 여전히 왕성한 필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생명 과학'에서 영감을 얻어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과학 에세이, '복거일 생명 예찬'을 출간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과학 지식을 빌어 담은 성찰,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덤덤한 고독이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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