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20대 국회가 시작되는 날이다. 가장 무능한 입법부로 꼽히던 19대 국회에 이어 개원하는 국회여서 시선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십 수 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출발하는 국회여서 더욱 관심의 표적이 된다. 국회의장도 야권인사가 차지하게 되었다.

새 출범에 걸 맞는 덕담을 건네야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안팎사정은 얽히고설킨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각한 경제사정의 깊이를 웅변하는 조선-해운관련부문의 구조조정이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라도 관련 산업의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지만, 앞날이 순탄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재벌기업 롯데의 비자금관련 수사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온갖 소문이 떠돌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특혜여부까지 겨누고 있다는 소문에서부터 정계에 뿌려진 비자금 캐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 등등.

그럴듯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늘 횡행하는 워딩(단어내용)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놀라지 않는다. 결과를 보지 않고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20대 국회에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협치(協治)를 잘하라’는 것이라고 정치권은 자문자답하고 있다. 4.13총선의 의석배분결과가 그렇게 나타났으니 그럴듯한 말이다. 3당이 싸우지 말고 나라 일에 서로 협력하라는 ‘하늘의 명령’이란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 아니면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예전보다 더 치열하게 엉켜 싸워댈지는 예단할 일은 아니다. 며칠 두고 보면 곧 알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발 유사 이래 처음으로 칭찬받는 국회이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이게 서민의 소망이다.

서민은 소망을 어마어마하게 큰 것에 두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 먹고 잘사는 것도 서민의 그것이 아니다. 또 절간처럼 조용한 정국만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한쪽의 독선도 원하지 않는다. 조금부족해도 선의가 앞서는 세상을 바랄뿐이다.

거창하게 국민우선을 소리높이는 정치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또 나라가 우선이라는 당연한 논리를 거창하게 혼자 주장하는 것처럼 치장하는 선동가를 서민은 미워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저 혼자 하는 것처럼 시늉하는 자도 싫다. 때마다 제 주장이 지고한 선(善인) 것처럼 나불대는 자도 밉다. 궁핍을 가장한 이중적 행위를 시도 때도 없이 내미는 자를 서민은 더 싫어한다.

서민의 입맛은 까다롭다. 없이 살았기에 주는 대로 받아먹을 거라는 짐작은 크게 빗나가기 십상이다. 지난 총선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20대국회라는 정국을 펼쳐놓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민이다.

국회와 거기에 속한 의원들은 작은 나룻배에 탄 일꾼일 뿐이다. 민심의 바다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 순풍을 맞을지, 혹은 폭풍을 맞이할 지는 순전히 그들에게 달려있다.

까다로운 서민의 입맛을 맞추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이른바 눈높이를 먼저 가지런히 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생각을 같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눈높이와 생각이 동일선상에 놓이면 일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서민경제의 위기, 청년실업률 상승 등 당면한 서민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국회가 나서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문제해결은 미구에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서민들의 생각이다.

서민의 눈높이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정당은 이미 민주정당이 아니다. 생각이 서민과 다른 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때마다 사안마다 반대부터 하는 자들이 서민의 동반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새 국회는 서민의 국회여야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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