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10여곳 등 총 15곳 압수수색

지난 10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회장실’이라고 쓰인 압수품 박스를 버스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10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회장실’이라고 쓰인 압수품 박스를 버스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롯데그룹이 창사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비리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계속 포착되는 등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데다 주력계열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경영권분쟁도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롯데와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 1부는 롯데수사팀은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롯데닷컴 등 계열사 10여곳을 비롯해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롯데 계열사 간 자산 거래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있었던 횡령과 배임 혐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히 압수수색 대상에 롯데건설까지 포함되면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의혹 수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검찰이 30억원 상당의 신동빈 총괄회장 개인금고를 발견했으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들로부터 30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을 조성 및 운용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액수가 배당금이나 급여보다 상대적으로 커 비자금여부에 중점을 두고 수사중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그룹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은 물론 계열사들에게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후폭풍이 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올해 IPO(기업공개)최대어로 꼽혔던 호텔롯데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며 증시상장 철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해 6개 계열사와 주요 임원이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상장일정을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말로 연기한 바 있다.

호텔롯데는 철회신고서를 통해 “당사에 대한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대표주관회사 동의하에 잔여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취소가 아닌 연기지만 상장규정에 따라 일정을 다시 밟아야하고 롯데그룹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 등을 고려하면 조만간 상장 재추진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라며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회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롯데면세점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연장 실패 이후 올해 말 추가특허를 앞두고 있는 롯데면세점에 또 다른 위기가 닥친 것이다.

실제 관세청이 공개한 특허심사 배점표에 의하면 법규준수를 위한 경영방침과 윤리경영 등도 심사내용에 포함돼 있어 추가특허에 대한 롯데면세점 내부 열기는 한풀 꺽인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검찰 수사와 관련, 기업흐름상 금품을 받을 수 있는 정황이 아니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입점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 관련 의혹들이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불거졌던 경영권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을 안건으로 냈다. 검찰 수사를 등에 업고 대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전 두 차례의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판전승’으로 끝났지만 이번 롯데사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주들의 동요가 없으며 의중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혹스럽지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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