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式 스마트 경영 구체화…비주력 제조사 축소 계속될 듯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삼성그룹이 전자, 금융, 의료바이오에 집중하고 나머지 사업은 대부분 매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식 스마트 경영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사진) 주도 하에 자동차 배터리사업, 증권, 카드, 광고기획, 스포츠단, 중공업, 건설, 외식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 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컬처혁신을 선언하며 조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비대해진 비효율적인 기존 조직으로는 글로벌 경영을 해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직 정비를 선언한 것이다.

조직 정비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4월 67개였던 삼성 계열사는 1년새 59개로 줄어들었다.

전자와 의료바이오를 제외한 비주력 제조 계열사는 축소하거나 매각하고, 금융은 서구식 IB(투자은행) 중심으로 재편해 그룹의 핵심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비주력 계열사 임원의 축소가 예상된다. 이미 비주력 계열사 임원의 수가 줄고 승진도 막힌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룹 재정비 과정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삼성SDI가 추진한 자동차배터리사업은 집중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의 차배터리사업이 경쟁사인 LG화학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고 미래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볼 때 투자 대비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 축소 및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전자, 금융, 의료바이오사업 투자에 집중한다.

신수종사업으로 지목된 의료바이오는 주력사업으로 계속 추진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8천5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플랜트 ‘제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제3공장은 2018년 4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능력 18만 리터의 제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규모는 1공장(3만리터)과 2공장(15만 리터)을 합쳐 총 36만 리터로 늘어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을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0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상장 주관사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장 준비를 위한 사전 미팅을 진행했다.

삼성의 타 계열사에서 바이오계열사로의 인력 재배치도 활발하다. 그룹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I, 삼성전기 등 타 계열사의 조직을 축소하면서 희망퇴직을 받거나 수십명의 직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계열사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화학 관련 전공자들이 우선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동했다”며 “학사 졸업자 같은 경우는 품질경영과 사업 관련 일을 하다가 옮겨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계열사에서는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이 금융부문을 서구식 IB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독립투자자문업자 도입 등으로 인해 여신업무와 증권의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 계열사를 매각,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을 확보해 보험 중심의 삼성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에는 삼성카드의 분할설이 제기됐다. 이 같은 관측은 지난 1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37.5%)를 모두 사들여 1대 주주에 오르면서 힘이 실렸다. 오는 8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적용되면 대주주의 간이합병이나 분할 결정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원샷법 이후에는 6조5천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삼성카드를 투자부문과 자산운용부문으로 쪼개 투자부문에 자본금을 분리, 삼성생명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카드 매각 전에 자본금 확보와 함께 중간금융지주로 전환하기 위한 실탄도 마련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배터리 사업을 포기한다거나 금융계열사를 IB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대해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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