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손실 5조5천억…추가 충담금만 2조8천억 수준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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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강준호 기자]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수순이 불가피해지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2013년 4월 자율협약 실시 이후 38개월 동안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경영이 개선되지 않고 결국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채권단은 STX조선 자율협약 이후 4조5천억원 가량을 신규 지원하고 2조원 출자전환, 4조원 상환유예 등 정상화를 위해 지원했다.

하지만 STX조선의 경영은 개선되지 않고 2013년 1조5천억원의 영업소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천820억원의 손실을 냈다.

채권단은 외부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이달 말에 부도가 예상되면서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은행은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STX조선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초읽기로 은행권의 손실은 5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로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으로 이뤄졌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박 건조계약을 따낼 때 맺는 계약으로,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에서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계약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RG를 포함해 3조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 1조3천2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2천200억원 순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1조5천억원 가량, 수출입은행도 6천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고 농협은행은 4월말 기준으로 6천600억원 정도를 쌓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담금은 2조8천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권에 STX조선 태풍이 불면서 지난해 말 추가 지원을 강행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STX조선에 대한 지원예정자금 잔여분 4천530억원의 집행을 두고 채권단 내에서 의견대립이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집행을 주장하자 채권단에서 탈퇴했다.

은행권에서는 당시 추가지원이 회생가능성에 따라 결정됐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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