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불로초 찾으려 사해(四海)를 개척하다149. 진시황③- 신선놀음
정희용  |  peacepres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5.25  09:16:1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天下之事無小大皆決於上 천하지사무소대개결어상
천하의 일이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모두 황제에 의해 결정됨 <진시황본기>
진나라 박사 후생이 진시황의 독단적이고 오만한 정치를 비판하면서

땅을 정복한 자는 운명까지도 정복하고 싶어지는 것일까. 암살이나 반란에 대한 걱정은 공포정치와 강력한 군대로써 대비할 수 있었지만 미래에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무엇으로도 대비할 수가 없었다.

신선을 찾아 나선 어린이 탐험대

제나라 출신의 방술사 서불(徐市)이라는 사람이 글을 바쳤다.

“동쪽의 바다 가운데 세 개의 신령한 산이 있으니 곧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라 하옵고, 거기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그곳으로 가서 신선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신선이라면 삼천갑자 동방삭과 같이 오래 살았거나 그보다 더 오래 죽지 않은 신비로운 존재들이다.

요컨대 바다 가운데로 가서 신선들을 찾아 영원히 죽지 않는 비법을 배우거나 묘약이라도 얻어오기라도 하겠으니 원정을 지원해달라는 말이었다.

황당한 제안이었으나, 놀랍게도 쉽게 받아들여졌다. 영생불사에 대한 진시황의 소망은 그만큼 간절했던 모양이다.

언제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이 동화 같은 원정대는 수천명의 동남동녀(童男童女;나이 어린 소년소녀들)로 이루어졌다.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을 들여 미지의 세계로 떠나느니만큼, 언젠가 몇 사람이라도 불사약을 들고 돌아오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어린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이 바다로 떠나지 위해 수척의 거대한 배가 만들어졌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황금양털을 찾는 탐험선 아르고(Argo)라든지, 십자군전쟁 시대에 유럽에서 꾸려졌던 소년기사단 같은 탐험대가 중국에도 존재했던 셈이다.

한반도 해안과 제주도 등지에 진시황의 사신이 다녀갔다는 전설은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 BC 230년경의 일이니까 지금으로부터 2천250년 전쯤의 일이다.

탐험대의 소년소녀들이 한반도나 일본 해안 어디쯤에 상륙하여 거주민이 됐을 가능성도 크지만, <사기>에는 서불이 돌아와 황제에게 보고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서불은 끝내 맨손으로 돌아와서 신선들의 산을 찾는 데 실패한 까닭을 변명했다.

“바다에 큰 상어가 있어 선계로 가는 길을 방해합니다.”

진시황은 잠수사들에게 연노를 가지고 들어가 큰 물고기나 교룡을 처치하도록 명령했다.

일단의 잠수사들이 며칠이나 황하와 바다를 돌아다녀 마침내 대어 한 마리를 잡아 올렸다.

절대권력은 신비화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철통같이 보안을 한다는 게 자신을 가두는 꼴이 되었고. 권력을 오래 누리기 위해서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다 보니 세상이 있지 않은 존재들을 찾아 나서게 됐다.

신선을 찾아보겠다고 경비를 받아 탐험길에 오른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불사(不死)의 세계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거짓말이요, 그 말을 받아들이는황제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진시황의 세계는 더욱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내가 신선” 착각에 빠진 진시황

많은 사람들이 불노장생의 묘법과 전설을 들고 와서 현혹했기 때문인지, 진시황은 점점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런 수단을 찾아나서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신선에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는지 모른다.

한번은 노생(盧生)이라는 학자가 진언했다.

“신들이 영지와 선약을 찾고 신선을 찾아다녀도 매번 만나지 못하는 데는 아마도 이것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신선과 진인(眞人)은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으며 구름을 타고 다니고 천지와 더불어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잡인들이 있는 곳에는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하오니 폐하께서도 진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신하들이나 바깥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머무시고 남모르게 다니십시오.”

노생의 의도는 너무 드러나게 위세부리며 다니지 말고 은인자중하라는 데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시황은 이미 스스로 절대자란 착각에 빠져 있었다. 노생의 말을 듣고 솔깃하여 스스로를 진인이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마치 스스로 신선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이를 위하여 함양 부근 200리 안에 207개의 건물을 짓고 모두 구름다리로 이어놓아 바깥 세상에 발을 딛지 않고도 그 모든 전각 사이를 두루 이동할 수 있게 해놓았다.

건물마다 배속된 내시와 미녀들은 절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했다. 황제와 수행원들만이 커튼 드리워진 다리와 낭하를 통해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마치 인간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하늘 위에서 구름을 타고 동섬서홀(東閃西忽;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함)하는 것과 같아아무도 황제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

아니 알게 되더라도 알아서는 안 되었다. 행여라도 황제의 행적이나 이동이 외부에 누설될 때는 그날 곁에 있던 자들을 모두 잡아 죽였다.

노생은 일이 이렇게 변할 줄을 몰랐던 모양이다. 동료 후생과 여러 가지 걱정을 나누다가 함께 도망쳐버렸다.

“진시황은 사람됨이 고집 세고 사나워 제멋대로이며, 땅 위에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여기고 있소. 박사가 70명이나 되지만 숫자만 많을 뿐, 승상이며 대신들도 황제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된 일을 명령받을 뿐이니 의미가 없소. 황제는 전문적인 옥리(獄吏)들을 고용하여 총애하면서 형벌과 살육으로 자기 위엄을 세우니 천하가 두려워하고 자기 봉록만 유지하려 들뿐이오. 더 이상 그를 위해 선약(仙藥)을 구해주어서는 안될 것이오.”

진시황은 자기 태도를 반성하기 보다는 배신감을 드러내며 크게 분노했다.

대대적인 사상검증이 벌어지자 선비들은 서로가 서로를 고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책을 숨겨두거나 황제를 비판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460명의 중죄인이 생매장 되었고, 혐의가 구체적이지 않으나 의심받을 만한 사람들은 변경지역으로 유배되었다. 진시황의 맏아들 부소(扶蘇)가 이를 반대하여 진언하자 황제는 부소를 북쪽 변경으로 보내버렸다.

“동쪽의 바다 가운데 신선들이 살고 있습니다. 허락하신다면 그곳으로 가서 신선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수천 명의 소년소녀들로 이루어진 원정대가 수척의 배를 타고 동쪽으로 떠났다.

정희용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헤드라인 뉴스

국내 바이오기업 R&D 투자액, 중국 10분의 1 수준

국내 바이오기업 R&D 투자액, 중국 10분의 1 수준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중국의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포토뉴스
만평 조민성의 그림판
[만평]조민성의 그림판
가장 많이 본 기사
1
애플페이 국내 도입 '임박'…지각변동 예고
2
비상 걸린 미국 ETF... 내년부터 PTP 투자자 '세금폭탄'
3
삼성·LG, XR 기기 시장 '눈독'...마이크로OLED 기술 경쟁 점화
4
한국투자저축은행, BIS비율 10% 아래로 떨어져
5
금투세 파장...채권시장으로 전염 우려
6
[기자수첩] 금투세 도입,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리다
7
[기획] 식품업계, 이색 팝업스토어 오픈..마케팅 강화
8
“MZ 눈길을 잡아라”...래핑 항공기, 이색 마케팅 수단 주목
9
SK바사 vs 화이자 폐렴백신 기술수출소송 판결 임박
10
한국투자저축은행, 500억 규모 유상증자...‘운영자금 확보’
'相生'에서 '希望'을 찾다!

삼성전기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개최

삼성전기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개최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삼성전기가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를 28~29...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현대경제신문  |  제호:현대경제신문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4길 18, 3층  |  대표전화: 02)786-7993  |  팩스: 02)6919-1621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2356  |  등록일: 2012.11.23  |  발행일: 1996.7.1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조영환
Copyright © 2010 ㈜현대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