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지난 4월 5일부터 8일까지 이른바 황금연휴기간 동안 약 4조 원 가량의 경제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대개 백화점 혹은 도심의 큰 시장 그리고 관광업계가 올린 매상을 종합한 것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잇는 연휴는 우리나라 상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목가운데 하나다. 이런 대목에 재미를 보지 못하면 거의 한해 장사를 망친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서울의 중심상권에서 조금 벗어나 소위 부심권으로 지칭되는 대학가 언저리에 자리 잡은 시장거리 중간쯤에 사우나탕이 소문난 대중목욕탕안 풍경.

#-1.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순대국집 사장 P씨를 중심으로  사우나탕 안에는 시장 내 점포 사장 5, 6명이 모여앉아 땀을 빼고 있었다.

“매상이 오르면 뭐해 또 관리비를 올린다며? 한동안 뜸하더니 에잇, 못해먹겠네!!”

“그래도 P사장 네는 장사나 잘되지, 우리는 감당을 못 하겠어…,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시장임원들이 자기들도 죽을 지경이라고 우는소리해가면서 양해를 구한다고 하더라만…”   

순대국네 P사장이 입을 떼자, 과일 장사를 하는 K사장이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쳐내면서 오만상을 찌푸려가며 하는 말이다. 뒤를 이어 그릇가게 J사장, 치킨가게 U사장 등등이 합세한다.

#-2. 대화의 주제가 중국관광객유치문제로 급하게 넘어간다.

이 시장에서는 도심에 중국관광객들로 넘친다는 매스컴의 호들갑에 힘입어 상인들끼리 그들을 부심시장에도 유치하는 문제를 지난해부터 궁리하기 시작했다. 

모모한 연구기관에 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도 의뢰한바 있다. 시장운영권을 행사하는 회사가 주도해서 상인들과 협력하기로 올 초 합의했다.

“이번 연휴 때는 뭐 좀될 것 같다고 바람을 넣더니만, 꼴도 안 보이더구먼…, 어찌된 거야!” 
치킨가게 U사장의 울화통 소리에 장내는 순식간에 노여움으로 가득 찬다. 

#-3. 그때 시장관리인 Y상무가 들어온다.

“유오커(중국관광객)들이 이번에도 전혀 보이지 않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또 다른 치킨집 L사장이 따지듯 묻는다.

“거참, 그게 잘 안 먹혀요. 관광회사들이 뒷돈을 안주면 관광객들을 데려오질 않아요. 큰 시장이나 백화점이 선점을 해버려요. 개별적으로 오는 관광객들도 큰 시장으로 가거든요.”

“우리가 지금까지 한일은 몽땅 헛일이네…, 공연히 보수공사다 뭐다해서 돈만 버렸네.”

L사장이 끌탕을 친다. 그의 말에 이어 Y상무는 용역연구소에서 관광객 유치방안으로 제시한 내용 가운데 하나인 ‘시장특유의 개성부각’이 긴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지만 누구하나 귀담아 듣는 이가 없다. 하나 둘씩 땀으로 번들거리는 몸을 일으킨다.

황금연휴에 재미를 본 사람들과 이 시장상인들과는 전혀 별개의 관계이다. 누가누구를 탓할 사안이 아니면서도 뭔가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경제는 무엇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부문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본격화되기는 많은 장벽이 남아있다. 정치권도 짐짓 관심을 보이는 즈음이지만 정말 정치적인 몸짓이 아니길 기대할 뿐이다.  

차기정권의 향방이 정해지는 길목으로 짐작된다는 점에서 그들도 해법마련에 고심하리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가 앞서는 해법이 중요하다.

더 이상 경제효과의 비민주적 혜택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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