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지난 4월에도 우리나라는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했다. 적자보다는 다행인 인 듯싶지만 좋아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장사를 잘해서 흑자를 본 것이 아니다. 워낙 불황인지라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흑자폭이 커 보이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일 뿐이다.

불황형 흑자는 비단 나라재정 사정만은 아니다. 소위 골목상권의 주인공들이 경영하는 생계형점포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골목상점 가운데 늦게까지 불을 박히기 마련이던 음식점이나 주점도 언제부터인가 일찌감치 소등을 하기 시작했다. 밤늦게 골목을 지나가기가 불편할 정도로 적막하기만 하다.

시끌벅적하고 취객들이 거리를 누비던 시절에는 치안이 불안한 골목으로 꼽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즈음에는 그때 그 시절이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사흘이 멀다 하고 업종을 바꾸는 점포가 늘어나는가하면 아예 철시를 하고 골목을 떠나는 상인들도 허다하다. 음식점이 불황으로 문을 닫기 시작하면 이어서 잡화점과 의류, 양품점 등이 그 뒤를 따른다.

그러면 비어있는 점포를 며칠 임대해서 ‘유목형상인’ 서넛이 철지난 의류나 혹은 채소, 과일 따위를 헐값에 파는 ‘반짝 가게’를 열기도 한다. 이런 가게가 골몰에 들어서면, 주변 붙박이 상인들이 바짝 긴장모드에 들어간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시달리는 터에 소위 같은 상품을 반값에 풀어놓는 바람에 장사가 될 턱이 있겠는가. 

감정이 치밀어 이들과 시비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목형상인들의 혈기를 당할 힘이 없다. 그들은 이런 시비에 대비해서 미리 각본을 마련한 듯 기민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세금도 안내는 그들인지라 그 점을 약점 삼아 당국에 고발이라도 할양이면 잽싸게 철시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이런 상인들이 이제는 시가지상권에서도 흔하게 눈에 띄는 세상이 되었다. 서울이나 지방도시에서도 흔하게 출몰한다. 엄청난 물량을 싼값에 풀어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었을 정도다.

이들 중에는 오랫동안 점포를 경영하던 골목상권의 사장님도 많다고 한다. 기존점포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워 ‘유목민상인’으로 업종을 바꾸는 것이다. 우선 점포유지에 부담이 적고, 세금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유목상인으로 신분을 바꾸는 이유이다.

몸이 가장 큰 자산인 이들이 불법이나 다름 아닌 유목형 상행위에서 벗어나 다시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정부가 펴야할 민생안정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4.13총선에서 집권당이 참패한 원인이 무엇인가. 서민은 그 까닭은 잘 안다. 위정자들만 모른다는 것도 서민은 잘 안다. 대통령도 투명하게는 모른다는 것도. 그렇다고 제1당이 된 야당 사람들은 그 까닭은 알고 있는 척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도 서민은 안다.

서민에게 있어 정당의 크기나 종류는 큰 의미가 없다. 집권당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여당에게만 민생경제실패의 책임을 물었다고 여기는 야권인사들의 분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들은 깊이 새겨야 한다.  

그래서 차기대권이 야권에 안겨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경제적 유목민들의 정착방안을 궁구해서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해야한다. 바로 거기에 정권의 행방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민심의 바다위에서 정당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신세라는 존재를 다시금 입증한 사건이 4.13총선의 결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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