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일찍이 우리사회는 이른바 좌경-종북세력 문제가 화두로 부상하던 때가있었다. 

근년에 들어서는 소위 좌경세력과 그들의 대착점에 있는 보수세력 간 시중집회와 시위를 벌이기 일쑤였다. 모두 합법을 내세워 벌이는 행사여서 그들의 주의주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민들까지 구경삼아 뒤엉켜 주변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서울역광장을 지나다가 ‘종북세력척결전국민대회’인가하는 집회를 구경하고 인근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던 자리였다.

“당장이라도 저놈들이 또 남침을 하면 나는 최전방으로 나갈 거야, 한 놈이라도 죽이고 나도 죽으면 되지 뭐, 늙은 목숨 아까울 거 없지!!”

집회가 끝난 후, 어느 참전단체회원 10여명이 소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모두 백발성성한 80후배에 이르는 분들이었다. 하나같이 작금의 좌경세력창궐과 북한의 호전적인 동태에 비분강개하고 있었다. 그중 좌장격인 분이 참전의지를 밝히기 무섭게 좌중인사들은 입을 모아 거들었다.

그들은 학생신분으로 6.25때 참전한 학도의용군 출신이었다. 그들의 핏속에는 적개심과 함께 ‘반공의식’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참전당시 그들은 오늘날 학제로 고등학교 2~3학년 때였다.

한창 푸른 꿈을 품고 학업에 정진할 나이에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하고, 총도 없이, 게다가 군번도 없이, 교복차림그대로 적들과 맞서야 했다. 그리고 이름 모를 산야에서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러다가 용케 폐허로 변한 고향과 학교로 돌아왔다. 부모형제와 사별한 아픔도 컸거니와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도 문제였다. 말 그대로 싸우며 건설하고, 배워야하는 세월을 보낸 그들이다.

그러니 그들의 뼛속에는 ‘빨갱이’에 대해서는 피가 역류할 만큼 원한이 맺혀있는 것이다. 전쟁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총이 없으면 몽둥이라도 들고 당장 뛰어나가 적을 막겠다.’는 그들의 호연지기가 말뿐인 수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며칠 전, 보훈처가 나라사랑 의식조사를 한 결과를 내놨다. 우리국민 10명 중 약 7명(72.1%)은 전쟁발발 시 총을 들고 싸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 11월 전국 15세 이상 남녀 1천명대상)세대별 조사에서 50대 83.5%, 60대 이상 81.5%, 20대 50.7%, 30대 59.6% 가량이 참전하겠다는 것이다. 여성보다는 병역의무가 있는 남성이, 또 자영업을 직업으로 하는 부류에서 참전의지가 높았다는 분석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소용돌이 와중에 있다. 총선정국이 모든 국정사안을 삼키고 뒤엉켜있는 형국이다. 물론 삼팔선은 국군장병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북한이 오판을 할 경우 국민의 70% 이상이 총을 들고 적을 막아내겠다는 각오도 되어있다. 

그런데 올 들어 북한은 어느 때보다 불장난을 획책하고 있다. 4차 핵실험을 한데이어, 5차 실험을 준비한다는 뉴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형핵폭탄을 장착할 미사일실험도 거푸 7, 8회 잇따르고 있다.

이 모든 북한의 행태는 4차 핵실험 후 미국을 위시한 유엔의 대북경제제재방침이 공식화되는 와중에 일어난 것이다. 북한은 경제봉쇄조치쯤은 안중에 없다는 식으로 위협을 일삼고 있다. 

어린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을 우려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장 걱정해야할 당사자인 우리국민은 안보의식조사 내용과는 달리 천하태평인성 싶다. 이제는 늙을 대로 늙은 참전용사들만이 ‘이러다가 여차하면…’어쩌랴 싶어 좌불안석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속에서 국민경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잘 안다. 그런 사정을 잘 알고 능히 대처할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선량을 우리 손으로 뽑아 진정한 지도자로 우뚝 세워야 한다. 국민의 최우선 책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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