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대한민국에서 경제가 실종된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흡사 계절풍처럼 찾아오는 선거 때가되면 민생문제는 국민에게 맡기고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꾼들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매달려 겨를이 없다. 공천전쟁에 피와 땀을 말리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러던 그들이 문득 제정신이 들어온 듯 엉뚱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 첫마디가 ‘문제는 경제’라는 투의 이른바 공약을 들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선두에 늙수그레한 경세가(經世家)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민생경제를 심히 걱정 어린 몸짓으로 다독이고 있다.

물론 여야는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배경을 깔고 구호성 말잔치를 펼치기 마련이다. 여당은 야당이 지금껏 발목을 잡았고, 야당은 여당의 무능이 나라경제를 도탄에 빠트렸다는 식의 서전을 시작한 것이다. 4년 전이나, 4년이 지난 오늘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역시 흡사한 구호를 외치면서 나라를 맡겨달라고 거리로 나섰다. 당내에서 싸우다가 이제는 전선을 확대해서 국민을 상대로 득표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네 삶은 점점 더 어두운 골짜기로 접어들고 있다. 드러나는 여러 지표들이 짙은 그림자를 보이고 있다. 당장 GNP(1인당 국민소득)가 6년 만에 올라가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른바 2만 달러의 덫에 걸려 10년 동안 경제회생의 기력을 소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국민소득은 42위였다. 바로 앞 순위에 스페인, 이태리(3만4270달러)가 있었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소득이 늘어나는데 평균 10년이 걸렸다는 게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일본(4년), 독일(6년), 미국(9년)과 비교하면 우리의 속도는 더 느리게 보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환율을 그중 큰 이유로 꼽고 있다. 2014년에 평균 1053원이던 원-달러환율이 2015년에는 1131원대를 보였으니 환산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밖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전년에 비해 떨어진 것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어 수출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한다. 투자부진, 가계순저축률증가, 노동소득분배율 등등도 국민소득을 깎아내린 이유로 거론된다.

이런 와중에서도 정치판은 온통 뜨겁게 달아올랐다. 4.13총선을 앞두고 그들만의 리그는 불꽃이 튀었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가 소리 없이 이루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용한 선거를 주문하는 것도 무리다.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생의 처지를 보살피는 본연의 기조에서 벗어난 후진적 행태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유권자)의 주문이다. 언제까지 정도를 벗어난 추태의 정치행태 속에서 민생의 어두운 그늘에 햇빛이 비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우리국민은 70년대를 기준으로 과거와는 다른 경제적 부를 누려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정치적 구호로 매몰돼 실상을 정확히 볼 수 없는, 그리하여 헛배만 불려온 부분도 없지 않다.

세계최고가 우리 삶의 가치기준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네 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는 말이다. 일찍이 외환위기에 처하자 선진국들은 코리아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조롱했다. 허장성세, 우리경제의 허우대는 멀쩡했다. 겉만 번지레 했다는 자조어린 반성이 나왔다.        

경제도약을 위해 국민적 결집은 중후장대한 중공업 매진에 나섰다. 반도체, 디지털경제가 꽃을 피웠다. 세계시장을 호령했다. 그러던 한국경제의 주소는 지금 어디인가.

경제부진에 대해 모두 정치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 중심에는 위정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국민은 헛배만 불리는 구호와 후보자에게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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