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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이익 따라 모이거나 떠나는 건 당연한 이치140. 영웅시대(9)-맹상군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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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6  08: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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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富貴多士 貧賤寡友 부귀다사 빈천과우
부귀할 때 선비가 모여들고 가난할 때 친구가 적다. <맹상군열전>
맹상군이 신의 없이 오가는 식객들을 비난하자 풍환이   

전국시대 말기에 제(齊)나라를 이끈 사람은 왕족인 전문(田文)이다. 그의 아버지 전영은 제 위왕의 막내아들이며 선왕의 이복동생이었다. 전영은 위왕과 선왕에게서 공을 세워 국가의 재상이 되고 설(薛)땅에 봉해져 설공이 되었다.

전영에게 아들 40명이 있었다. 그 중 천한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문(文)이었다. 전영은 아들이 5월생이라는 이유로 일찍 내다버리게 하였는데, 그 어미가 숨겨 기른 후 전영이 알게 되었다. 전영이 크게 노하였으나, 어린 문이 지혜로운 말로 아버지를 설득하자 오히려 그를 중용하여 빈객을 맞도록 했다. 그러자 빈객의 수는 날로 늘어났으며, 전문의 명성은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영이 죽은 후 문이 대를 이어 설공이 되었다. 그가 바로 맹상군이다.

계명구도(鷄鳴狗盜)… 닭울음소리로 목숨 건지다

진나라 소왕이 그를 얻고 싶어 했다. 제나라에 경양군을 인질로 보내고 맹상군을 보내달라 하였으나 빈객들이 만류하며 가지 못했다. 제나라 민왕 25년, 진 소왕의 초청이 간곡하므로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맹상군은 진나라로 들어갔다. 소왕이 그를 접견한 후 재상으로 삼으려 했으나 진나라 사람들이 만류했다. “맹상군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가 제나라 왕족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만일 제나라와 진나라 사이가 불편해지면 반드시 제나라를 먼저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진나라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천하의 영재를 내 편으로 만들어 쓰지 못할 바에는 남에게 주어서도 안 되는 법이다. 경쟁자에게로 가서 그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맹상군은 인질처럼 붙잡혀있게 되었다. ‘등용하지 못할 바에는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 진나라 중신들 사이에서 오갔다.

수행한 선비들이 탈출을 모의했다. 진왕은 현명한 사람이어서 쉽게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다만 그가 총애하는 애첩을 통하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왕의 애첩은 맹상군이 가져온 호백구(하얀 여우가죽옷)를 댓가로 원했다. 매우 값진 물건이었으나 이미 소왕에게 선물한 뒤였다. 군의 식객들 중에 개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밤중에 소왕의 거실로 몰래 들어가 호백구를 훔쳐냈다. 애첩이 선물을 받고 소왕에게 애교로 부탁하니 소왕은 맹상군의 출국을 허락하였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맹상군 일행은 말을 달려 함곡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미 밤이 어두웠다. 관문은 야밤에 닫혀 새벽닭이 울어야만 열도록 돼 있었다. 새벽을 기다리기에는 불안했다. 그들이 출발한 후에라도 소왕의 마음이 바뀌어 다시 잡으러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소왕은 뒤늦게 정신이 들어 그를 다시 불러오도록 군사를 보냈다.

군의 식객 중에 닭소리 잘 내는 이가 담 뒤에 숨어 닭울음소리를 내니 마을의 닭들이 다 깨어 울어대기 시작했다. 일행은 관원들을 깨어 문을 열게 하고 급히 함곡관을 빠져나갔다. 왕의 군사들이 도착한 것은 그 직후였다.

권세 잃자 하루아침에 흩어진 식객들   

맹상군은 무사히 돌아와 제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맹상군의 식객은 3천명이나 되었고, 영향력은 자연히 왕의 힘을 능가했다. 유력자에게는 항시 견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제 민왕은 맹상군의 힘으로 국력이 강해지자 점점 거만해졌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맹상군을 헐뜯으며 그가 왕위를 탐내고 있다고 모함하자 민왕은 맹상군을 재상직에서 해임했다. 맹상군을 제나라에서 제거하려는 진과 초나라의 공작도 있었다.

맹상군이 권력을 잃자 식객들은 하루아침에 그를 떠나갔다. 다만 의리가 돈독한 풍환이란 사람이 말하기를 “저에게 진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수레 한 승을 빌려주시면 반드시 선생이 다시 중용되게 하겠습니다”라고 청했다.

맹상군이 수레와 경비를 마련해주자 풍환은 곧장 진나라 왕을 찾아가 유세하였다.

“지금 제나라 왕이 맹상군을 재상에서 파면하였는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진왕이 “이미 들었소”라고 답하자 풍환이 말했다.

“제나라와 진나라는 서로 자웅을 다투는 경쟁 상대인데, 제나라를 강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맹상군입니다. 제나라 왕이 곁에서 비방하는 말만 듣고 그를 파면했으니 맹상군에게는 원망스런 마음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진나라가 맹상군을 영입한다면, 장차 제나라를 제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울 것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진왕이 급히 사자로 하여금 10승의 수레와 황금 100일을 가지고 출발하게 하였다.

풍환은 그들보다 먼저 제나라로 돌아와 왕을 만났다. “지금 맹상군이 파면된 것을 알고 진나라에서 그를 부르려 한다 하옵니다. 진과 제나라는 팽팽하게 세력을 겨루고 있는데, 맹상군이 진으로 간다면 균형은 하루아침에 깨져서 제나라가 위험해질 것입니다. 어째서 진의 사신이 도착하기 전에 맹상군을 다시 부르지 않습니까.” 마침 진나라의 수레가 10승이나 국경을 넘어온다는 급보가 들어오자 왕은 서둘러 맹상군을 다시 기용하였다.

떠나갔던 식객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맹상군이 풍환에게 말했다.

“내가 빈객들을 대접함에 소홀함이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파면되자 모두 나를 버리고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식객들은 무슨 면목으로 다시 찾아온단 말입니까.”

그러자 풍환이 하직하려 하였다. 놀라는 맹상군에게 풍환이 말했다.

“부유하고 귀하면 선비가 많아지고 가난하고 천하면 친구가 적은 것은 당연한 면모입니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다투어 시장에 모여드는데, 저녁 파장이 되면 돌아보지도 않고 흩어집니다. 이것은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기대하는 물건이 더 이상 그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께서 지위를 잃었을 때 사람들이 떠나난 것을 원망하여 빈객들의 발길을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처럼 빈객들을 맞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내가 파면되자 썰물처럼 떠나갔던 식객들이 무슨 면목으로 다시 찾아온단 말입니까.” 맹상군의 말에 풍환이 말했다.
“부유하면 친구가 늘고 가난하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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