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선거철을 앞두고 보수층 결속을 위해 정부가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의 사정을 무시하고 내린 조치이다.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인지 의심스럽다. 이 정권이 기업의 운명을 마음대로 좌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런 말을 정치인이 했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마침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의 무슨 대표라는 사람의 견해라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사람은 필시 정치적인 목표를 가지고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순수한 사업가라면 이런 생각을 거리낌 없이 피력할 턱이 없다.

새해벽두 핵폭실험을 감행,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이번에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적인 작태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긴 했어도 그 수단이 만만찮다는 걸 우리국민이라면 모를 리 없었다.

결국 그동안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지지부진하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입이 급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벽을 넘기란 여의치 못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새해벽두에 벌어진 한반도내에서의 전운감도는 상황이다. 북한의 불장난으로 벌어진 해묵은 스토리는 이렇게 현재진행형으로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진짜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의 미래는 자명해진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경제제재조치가 그래서 최강의 수단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대(對) 북한의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협조여부가 경제제재조치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에 대고 대북경제 지원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과의 경제거래에 선을 긋는 단호함을 보여야 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성공단에 진출해있는 우리업체들의 철수를 선언하게 된 까닭이다. 여기에는 어떤 조건이나 이른바 노림수가 있을 까닭이 없다. 우리로서는 정체절명의 수순일터다.

이어진 앵커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는 입주업체의 피해보상도 거의 전무한 상태다. 기껏해야 대출을 해준다는 정도이다. 공단에 쌓여있는 원자재에 대한 보상도 없다. 도대체 대책 없이 철수부터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의 불평어린 토로에 걱정이 크다는 것을 의심할 나위가 없다. 어렵사리 키운, 잘 돌아가는 업체를 하루아침에 적중에 두고 나가야 한다니 얼마나 상심이 크겠는가.

그런데 그의 주장대로 정부의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안의 성격상 사전에 업체와 상의를 하고 대책을 미리 마련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 철수 후 대책’을 택한 것이다. 철수발표를 한 이튿날 정부는 업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기업의 입장에서야 이 또한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개성공단을 만든 당시정권의 책임자라는 사람은 정부의 이번 대책을 한마디로 견강부회(牽强附會:말을 억지로 끌어다 자기주장에 맞도록 비유하는 한자성어)라고 쏘아붙였다.

개성공단에서 얻어진 이익을 북한이 핵무기자금으로 쓴다는 정부의 논리는 바로 견강부회라는 비판이다. 개성공단은 통일을 위한 혈맥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공단철수는 통일을 막는 어리석은 방침이라고 못을 박았다.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도 북한정권의 통치자금과 핵무기개발자금으로 개성공단에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막지 않고서는 우리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고 대북경제제재를 요구할 수 없어서 내린 조치를 견강부회라는 그의 말이 요령부득이다.

120여 업체의 폐쇄는 가슴 아프다. 그러나 핵폭탄을 거머쥔 깡패 김정은의 행악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아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이 굴종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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