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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음해 공작에 휘둘린 위나라 멸망하다136. 영웅시대(8) 신릉군 下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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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03  10: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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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富而爲交者 爲貧也 부이위교자 위빈야
부유할 때 사람을 사귀는 것은 가난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范?蔡澤列傳>
진(秦)왕이 평원군에게 숨겨준 위제를 내달라고 하자 우정을 배신할 수 없다며  

신릉군이 모국으로 돌아가자 위왕은 그를 상장군으로 임명했다. 신릉군이 장군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위나라의 위기를 외면했던 제후국들이 지원군을 보내왔다. 신릉군은 다섯 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침략자인 진(秦)나라 군을 물리쳐 그들을 다시 함곡관 너머로 몰아냈다. 공자의 위세는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 전투를 위하여 여러 제후의 식객들이 제출한 병법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니 이것이 ‘위공자병법’이다.

분노를 삭이려 술독에 빠져 죽다

진나라가 중원으로 다시 나가기 위해서는 신릉군을 물리치는 것이 급했다. 그러나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진나라는 이간책을 썼다. 위나라에서 신릉군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기로 한 것이다. 진 소왕은 이 공작을 위해 1만근의 금을 위나라에 풀었다. 일찍이 신릉군은 조나라를 구하러 갈 때 위나라 정예군을 빼돌리기 위해 대장인 진비를 암살했었다. 그 때 진비의 장수들은 이 사실을 알고 개인적 원한을 품었으나,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진나라의 공작금은 진비의 사람들을 충동하는 데 사용되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댓글부대’를 꾸렸다. 진나라 첩자들이 넉넉한 돈을 뿌리면서 신릉군에 대한 원망과 비난을 퍼뜨리니 민심은 동요했다.

“신릉군은 임금을 속이고 도망하여 10년간이나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나라의 위기를 구실로 돌아와 장군이 되었고 이제는 나라의 유력자들까지 모두 그에게 굽실거리니 공자가 왕보다 더 위세를 누리고 있다.” “공자는 장차 왕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을 것이다” “아니다. 사실이다. 지금 왕이 죽기를 기다려 스스로 왕이 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 심지어 이런 저런 이유로 찾아오는 진나라의 사신들은 위나라 중신들에게 ‘다음에 신릉군이 왕이 될 것인지’를 물으면서 축하의 뜻을 비치기도 했다. 비슷한 보고를 계속 듣게 된 안회왕은 마침내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릉군을 장군직에서 해임하여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다.

공자는 세간의 비방 때문에 억울하게 해고된 것을 한탄했다. 모든 공직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 연일 술잔치를 열고 밤낮으로 주색에 빠져 4년 뒤에는 술독으로 죽고 말았다. 그 해에 안희왕도 죽고 새 왕이 즉위했다.

진나라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군사를 보내 위나라의 성 20개를 빼앗고 동군(東郡)을 설치했다. 위나라 땅 일부가 진나라 영토가 된 것이다. 진나라는 여기서부터 차차 위나라를 잠식해 18년 뒤 위나라 왕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위나라는 멸망했다. 음해 여론에 휩쓸려 신의 있고 유능했던 신릉군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가 망국으로 이어진 것이다.

의리 따라 죽고 산 우경(虞卿)

장평전투 이후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한 데에는 ‘재상 범수의 원수를 갚기 위해’라는 명분도 있었다. 범수는 본래 위나라의 하급관리였는데, 국가의 기밀을 제나라에 팔았다는 모함을 쓰고 가진 고문을 당한 끝에 이름을 바꾸고 탈출하여 진나라에서 출세하였다. 진나라 장수 백기와 함께 조정의 실세가 되었을 때, 백기와 알력이 생기자 그를 밀어내고 최고의 권력자가 된 응후가 바로 이 사람이다. 응후 범수의 파란만장한 젊은 날과 이후 진나라 권력자가 되어 누린 활약에 대해서는 이야깃거리가 많아 다음 회에서 따로 소개하기로 한다.

응후가 재상이 된 후 진나라는 위나라에서 그를 고문했던 재상 위제를 찾아 죽이려고 하였다. 진나라는 위나라를 공격할 채비를 갖춘 뒤에, 위나라에서 화친 사절이 오자 공격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제의 머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위제가 그제야 전말을 파악하고 두려워 조나라로 도망쳤다. 위제와 친구였던 공자 평원군이 그를 숨겨주었다. 몇 년 뒤 위제의 소재를 파악한 진나라 소왕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조나라 평원군을 친선을 구실로 초청했다. 평원군이 방문하자 소왕은 며칠간 융숭한 대접을 한 뒤에 본심을 드러냈다. “옛날 주 문왕이 여상을 얻어 태공으로 삼고 제나라 환공이 관중을 중부로 삼았듯이, 나는 지금 응후 범 선생을 숙부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범 선생의 원수가 당신 집에 숨어있다 하니 지금 사람을 보내 그의 목을 베어오도록 해주시오.” 예상했을 일이지만 평원군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잡아떼며 말을 듣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소왕의 사신이 조나라로 달려갔다.

조왕에게 편지를 보내 “지금 대왕의 동생 평원군은 진나라에 있으며, 범 선생의 원수인 위제는 평원군의 집에 숨어있습니다. 신속히 위제를 잡아 목 베어 보내주지 않는다면 대왕의 동생은 돌아가지 못할 것이며, 진나라는 곧 군사를 일으켜 침공하겠소.”

조 효성왕이 즉시 군사를 보내 평원군의 집을 포위했다. 그러나 먼저 정보를 받은 위제는 이미 집을 빠져나가 조나라 재상 우경에게 피신해 있었다. 우경은 조나라의 권력자며 매우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나, 요직에 등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려지신으로서 이미 왕명이 내려진 죄인을 보호할 수는 없었다. 우경은 고민 끝에 재상직을 내놓고 위제와 함께 나라 밖으로 피신하였다. 진나라와 조나라 왕의 눈치를 보지 않을 나라는 초나라 밖에 없었다. 그러나 초나라까지 가기 전에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들은 위나라로 들어가 신릉군을 만나려 하였으나 신릉군 역시 진나라의 눈치가 보였다. “우경이 어떤 사람이냐”하면서 망설인다는 말을 듣고 위제는 치욕과 절망감을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나라 왕이 그 목을 잘라 진나라에 보낸 뒤에 평원군은 자기 나라로 돌아왔다.

한편 우경은 그 길로 정치에서 물러나 책을 쓰기 시작했다. <춘추(春秋)>를 근간으로 국가의 득실을 논한 여덟 권의 책을 남겼는데, 이 책이 바로 <우씨춘추(虞氏春秋)>다. 우경은 위제와의 의리를 지키느라 만호후(萬戶侯)의 부귀와 공경의 신분, 재상이란 직위를 하루아침에 내던지고 함께 망명을 시도했다. 일개 영웅의 행적을 넘어선다. 춘추나 우씨춘추 같은 역사서들이 후대에도 변함없이 나침반 구실을 하는 것은, 이 같은 비범한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평원군은 진나라에 있으며, 범 선생의 원수인 위제는 평원군의 집에 숨어있습니다. 신속히 위제를 목 베어 보내주지 않는다면 진나라는 곧 군사를 일으켜 침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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