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한국은행이 2월1일 발표한 ‘2015년 12월 국제수지’(잠정)를 들여다보다가 눈이 번쩍했다.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엊그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던 유머 한 토막부터 해야겠다. 전교생이 딱 두 명뿐인 어느 벽촌의 학교에는 당연히 교장인 동시에 담임선생님도 한분뿐이다. 그런데 전교생인 두 녀석이 만나기만 하면 토닥거리며 싸우기 일쑤였다. 선생님은 녀석들이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을까를 궁리하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이튿날 복도를 지나던 선생님은 또 토닥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만났다. 교무실 겸 교실로 전교생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점잖게 한마디 하셨다.

 “야, 이 녀석들아 전교에서 1, 2등을 하는 너희들이 맨 날 싸우기만 하면 다른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니? 모범생들이 왜 그래?!”

선생님의 말씀에 녀석들은 서로 얼굴을 처다 보며 눈망울을 굴리다가 이내 멋쩍어하더란다. 이후…,

본 애기로 돌아가자.

한은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059억 달러 흑자를 기록(12월 74.6억 달러흑자)했다. 사상 최대치를 무려 46개월째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더듬노라니 말 그대로 눈이 번쩍 뜨였다.

하구한날 경제난국이라는 소리만 들어온 터라 경상수지 흑자라는 수치에 눈이 번쩍했던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쇼크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찰나였다. 생각해보니 그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들어 생긴 이른바 ‘불황 형 흑자’기조가 낳은 ‘골병든 흑자’였던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수출이 부진해 진 것이 벌써 햇수로 3년 여전부터였다. 수출이 부진하니 자연히 수입도 줄어들었다.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수가 쪼그라들었다.

맥없이 수그러드는 경제를 부추기고자 이러저러한 처방을 내놓고 다스려보려고 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여기까지가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다. 그러는 동안 말 안 듣는 애들을 달래보기도 했다. 탓해보기도 했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노동유연성확보도 해야 하고,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이것저것 따져서 당장 대여섯 가지 법만이라도 입법이 되어야 막힌 경제의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벌써 해를 넘긴지 오래다. 거의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가 민생이 더 각박해지자 움직이는 척 하다가 이내 또 돌아앉고 하기를 몇 차례. 오늘에 이르렀다.

하긴 정부가 주문하는 경제관련 입법이 된다고 해도 당장 수그러든 경제가 고개를 든다는 보장도 없다.

효과를 보기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야당도 그걸 잘 안다. 알면서도 여당과 타협하지 않고 이리저리 핑계만 대온 터다. 그러는 사이에 여당 내 집안싸움으로 번졌다. 반쪽으로 갈라진 야당집안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교장선생님의 묘책도 써먹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전교생이 두 명뿐이라면 ‘1, 2등하는 모범생들이…’로 시작되는 교장선생님의 묘책(?)이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한명이 더 전학을 올 기세여서, 교장선생님의 묘책도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 된 것이다.

원내교섭단체가 또 생길 경우 교장(?)의 권위정도로는 향후 할 일이 더 없을 게 뻔하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벽을 넘을 만큼 우리 교장선생님의 힘이 쇠잔해진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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