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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목숨 던져 우정과 의리를 지킨 사내들135. 영웅시대(8) 신릉군中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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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7  0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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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物有不可忘 或有不可不忘 물유불가망 혹유불가불망
일에는 잊어야 하는 것과 잊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魏公子列傳>
신릉군에게 한 식객이, 받은 은혜는 잊지 말고 자신이 베푼 은혜는 잊으라며 

신릉군이 수레를 되돌려 성으로 돌아가니 후생은 조용히 그를 맞아들이며 말했다.
“공자께서 가시는데도 신이 제대로 배웅하지 않았으니, 공자께서 원망하여 필경 되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놀라는 공자에게 후생이 말했다.

“공자께서는 평소 선비를 아껴서 거두어두셨는데, 이제 곤경에 빠져 아무런 방법도 없이 적진으로 달려가려 하시다니 이는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는 것과 매한가집니다. 그래서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그 많던 선비들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제야 신릉군은 주변을 물리치고 후생과 마주 앉아 계책을 물었다.

왕의 침실에서 부절을 훔쳐내다

“조나라를 구하려면 공자께서는 1백승의 식객이 아니라 훈련받은 군대를 이끌고 가셔야 합니다. 지금 10만이나 되는 위나라 병력은 한단 길목에 멈추어 있습니다. 이들을 이끌고 가려면 먼저 진비 장군을 움직여야겠지요. 진비는 오직 왕의 명령만 받들 것입니다. 왕이 가지고 있는 병부가 있어야 왕의 명령을 전할 수가 있지요.”

“왕이 허락하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왕이 총애하는 여희라면 왕의 침실에서 병부를 훔쳐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 알기로 여희는 아버지가 피살되어 원수를 찾을 수 없을 때 공자께서 식객을 동원하여 살인범을 찾아내고 목 베어 원수를 갚아주었습니다. 여희는 공자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려 했지만 방도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공자께서 진실로 입을 열어 단 한번 도움을 청하신다면 여희는 반드시 따를 것입니다.”

신릉군이 그 계책을 따르니 여희는 과연 병부를 훔쳐 공자에게 주었다. 공자가 후생에게 사례하며 떠나려 할 때 후생이 또 은밀히 말했다.

“장수가 군영에 있을 때는 왕의 명이라도 받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공자께서 병부를 가지고 가시더라도 진비가 듣지 않고 다시 왕에게 확인하려 한다면 낭패입니다. 그 경우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진비가 공자의 말을 들으면 다행이지만 만일 듣지 않는다면 부득이 죽여야 합니다. 전에 공자께서 저를 데려가실 때 시장에서 만난 제 친구 주해는 세상을 등지려고 백정으로 살고 있지만 본래 현인이며 역사(力士)입니다. 그를 데려가십시오.”

모든 시나리오가 70 노인 후생의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문득 공자가 눈물을 흘렸다.

“이제 와서 두렵기라도 하십니까?” 후생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진비는 용맹스럽고 충성스런 노장이니, 내가 가더라도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필경 그를 죽이게 될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후생은 떠나는 공자를 성문에서 작별했다.

“저도 따라나서야 마땅하지만 늙어서 갈 수가 없습니다. 대신 저는 공자께서 진비의 군영에 도착하시는 날을 계산하여 자결함으로써 공자께 보답하겠습니다.”

군대를 훔쳐 친구의 나라를 돕다

신릉군이 위군 진영에 이르러 국왕의 부절을 내보이며 지휘권을 인수하려 했지만 진비 장군은 진위를 의심했다. “지금 공자께서 갑자기 와서 저를 대신하려 하다니 어찌된 일인가요?” 주해가 따라간 것은 이때를 대비해서였다. 주해가 40근이나 되는 철추를 휘둘러 진비를 죽였다. 위나라에서는 이 시간을 가늠하여 후생이 스스로 목줄을 자르고 죽었다.

공자는 전군을 모아놓고 명령했다. “진중에 아비와 자식이 함께 있다면 아비가 돌아가고, 형과 아우가 함께 있다면 형이 돌아가라. 형제가 없는 독자도 돌아가 부모를 모셔라.”

남은 병사 8만을 이끌고 조나라로 진격했다. 마침 초나라 춘신군의 군대도 다가오니 진나라는 포위를 풀고 철군했다.

조나라 왕과 평원군이 몸소 국경에 나와 신릉군을 맞았다. 공자는 지휘관들에게 군사들을 맡겨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러나 왕을 속여 부절을 훔치고 군대까지 훔쳤기 때문에 귀국하지 않고 조나라에 머물렀다.

평원군은 신릉군을 극진히 여겼는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신릉군이 저자거리의 왈패들과 어울린다는 소문이었다. 평원군이 신릉군의 누이이기도 한 부인에게 말했다.

“처남이 천하에 둘도 없는 인물이라 믿어왔는데, 망령되게도 시장에서 도박하는 무리나 술파는 자들과 사귄다 하니 실망이오.”

부인이 신릉군에게 진위를 물으니 신릉군이 말했다. “나는 평원군이 어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나라와 왕을 저버리고 조나라를 구하여 벗으로서 의리를 지킨 것입니다. 그런데 평원군은 친구를 사귐에 한낱 호탕한 외양만 있을 뿐 진정한 선비를 구하려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내가 만나는 처사들은 오래 전부터 사모하던 현인들입니다. 모공이란 사람은 도박하는 무리 중에 숨어 지내고, 설공이라는 사람은 술도가에 은둔하고 있죠. 조나라에 오면 반드시 만나려고 고대하던 분들입니다. 이제 평원군이 그들의 신분만 전해 듣고 저를 부끄럽게 여긴다니 오히려 제가 실망되는군요.” 신릉군이 조나라를 떠나겠다고 하자 평원군이 달려와 관을 벗고 사죄하며 붙들어 앉혔다. 이후 평원군 문하의 식객들이 신릉군에게로 돌아오니 신릉군의 식객이 평원군의 식객보다 많아졌다.

한편 조나라 공격을 중단하고 돌아간 진나라는, 신릉군이 위나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위나라로 쳐들어갔다. 신릉군이 없는 위나라는 위기에 빠졌다. 안희왕이 공자에게 사람을 보내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신릉군은 왕에게 지은 죄가 있으니 여전히 두려워하여 사신 만나기를 거부했다. 저자의 모공과 설공이 그 말을 듣고 신릉군을 찾아가서 말했다. “공자가 지금 조나라에서 중히 여겨지는 것은 공자의 위나라가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위나라가 위급한데도 외면하시다니, 만일 진나라가 위나라를 무너뜨리고 선왕의 종묘를 허물어버린다면 공자께서 장차 무슨 면목으로 세상을 대하시겠습니까.”

신릉군이 비로소 깨닫고 급히 위나라로 돌아갔다.

“병부를 가지고 가시더라도 진비가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낭패가 되니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신릉군이 눈물을 흘렸다. “용맹한 충신을 죽여야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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