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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문지기와 백정을 상객(上客)으로 맞다134. 영웅시대(8) 신릉군上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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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0  09: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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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以肉投餒虎 이육투뇌호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던져주다 <魏公子列傳>
신릉군이 단신으로 전쟁터에 뛰어들려 하자, 후영이 무의미한 죽음이라 비유하며 

조나라는 45만 대군을 잃고 여섯 개의 성을 넘기는 조건으로 전란에서 벗어났으나, 여전히 진(秦)나라에 대한 우월감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진나라가 주(周) 왕실과는 무관한 변방 이민족 국가로 시작해 제후국의 일원이 된 유래를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기는 했다.

진나라 군이 물러가자 조왕은 생각이 바뀌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진나라는 다시 군대를 동원하여 쳐들어왔다. 이번에는 조나라 도성 한단(邯鄲)이 포위되었다. 더 이상 혼자 힘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평원군이 모수를 데리고 초나라로 가 구원군을 얻어오고, 위(魏)나라에도 사람을 보내 구원군을 청했다. 초나라의 춘신군, 위나라의 신릉군(信陵君)이 각기 군대를 몰고 온 뒤에야 진나라 군은 포위를 풀고 돌아갔다.

그러나 구원군을 끌어들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초나라에서 모수가 공을 세운 일은 앞서 말했거니와, 위나라 신릉군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고 극적인 과정이 있었다.

은자들을 포용한 대장부

위나라 공자 신릉군은 소왕의 막내아들이며 소왕을 승계한 안희왕의 이복동생이다. 천성이 어질고 현명하였으며, 선비들을 존중하며 두루 사귀기를 좋아해 그의 문하에 식객이 3천명을 넘었다. 당시 제후들은 신릉군이 어질고 유능한 식객이 많으므로 감히 위나라를 침범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10년이 넘었다.

한번은 공자가 안희왕과 바둑을 두고 있을 때 북쪽 변경에서 봉화가 올랐다면서 “조나라가 침범해 오는데 지금 국경을 넘어서려 한답니다.”하는 전갈이 왔다. 왕이 급히 바둑을 멈추고 대신들을 소집하려 하자 공자는 태연히 앉아 “조왕이 사냥이나 나온 모양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하면서 바둑을 계속 두었다. 그래도 왕은 걱정을 놓을 수 없었는데, 잠시 뒤 다시 전령이 달려와 “조왕이 사냥을 나온 것이지 침범하려는 게 아니랍니다.”하고 전했다.

왕이 놀라서 공자에게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었는지 묻자 신릉군이 대답했다. “신의 식객 중에는 조나라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해 보고하는 자가 있어 조왕의 동태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안희왕은 신릉군의 능력을 두려워하여 감히 국정을 맡기지 않았다.

신릉군은 일반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은사(隱士)들과도 두루 교분을 가졌다.

도성의 문지기 가운데 후영이라는 노인이 있었는데, 현명한 사람으로 소문나 있었다. 공자가 그를 초빙하려고 후한 예물을 보내려 했으나 후영은 사양했다. 그러자 공자는 빈객들을 불러 향연을 베풀면서 몸소 수레를 타고 후영을 초대하러 갔다. 공자가 수레의 상석에 앉기를 청하자 후생은 다 떨어진 의관을 정제하고 거리낌 없이 수레에 올랐다. 수레가 출발하려는데 후생은 또 ‘시장에서 도살장 하는 친구를 잠깐 만날 일이 있으니 가는 길에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공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수레를 끌고 시장으로 들어갔다. 후생이 내려 친구를 만나서는 오랫동안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공자는 그저 온화한 기색으로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오히려 수레를 따르던 수행원들이나 시장사람들이 공자의 수레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후생을 욕하며 수군거렸다.

공자의 집에는 초대받은 왕족 장상 빈객들이 가득 모여 공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연회장으로 돌아온 공자는 후생을 상석으로 안내하고 그를 빈객들에게 소개하니 모두들 놀란 표정들이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공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후생 앞에 장수를 기원하는 술잔을 올렸다. 후생이 답례하며 말했다.

“저는 한낱 문지기에 불과한데도 공자께서 친히 수레를 끌고 오셔서 몸소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저를 맞이하셨습니다. 오늘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친구를 만나려고 시장에 들르기를 청했는데,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저를 위해 시장에 들러서 오래 기다려주셨습니다. 저는 공자의 명성을 드높이려고 일부러 오랫동안 시간을 끌며 공자를 관찰하였는데, 공자께서는 더욱 공손하셨습니다. 시장사람들이 저를 소인이라 하고 공자를 덕행이 있고 겸손한 분이라 하였습니다.” 연회가 끝난 뒤 신릉군은 후생을 상객의 예우로 머물게 하였다.

보복 두려워 진군을 멈춘 구원군       

조나라가 진나라의 공격에 시달리다 못해 구원을 요청해온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조나라의 실세 평원군은 신릉군의 누이와 결혼하여 두 사람은 처남매부지간이었다. 안희왕은 장군 진비에게 10만의 병력을 주어 조나라로 가게 했다. 그러나 곧바로 진나라로부터 긴급 서한이 도착했다. 진나라 소왕이 보낸 편지는 일종의 경고였다. “내가 조나라를 공격하여 단기간에 항복을 받으려 한다. 제후국 가운데 어느 나라든, 감히 조나라를 구하는 자가 있다면 조나라를 함락시킨 이후 반드시 군대를 돌려 그 나라를 칠 것이다.”

겁을 먹은 안희왕은 곧 진비에게 전령을 보내 진군을 멈추게 했다. 명목상 조나라를 구하러 가는 것으로 하되 곧바로 뛰어들지 말고 진군을 늦춰 형세를 관망하라는 명령이었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조나라에서는 평원군이 몇 번이나 신릉군에게 편지를 보내 구원을 독촉했다. 신릉군이 그때마다 왕에게 나아가 진군을 호소했으나 왕은 끝까지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마침내 신릉군은 비장한 결심을 내렸다. 평원군과의 의리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왕의 군대를 움직일 수도 없으니, 개인 자격으로라도 조나라로 달려가 의리를 지켜 죽기로 한 것이다. 아무리 식객이 수천 명이라 하나, 군대를 꾸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겨우 1백여 대의 수레를 준비하여 함께 죽기로 작정한 가신들과 함께 출정했다.

가는 도중 성문에서 후생을 만나 작별하니 후생은 담담히 말했다. “공자께서는 분발하십시오. 저는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공자는 전쟁터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섭섭한 감정이 자꾸만 솟구쳐 올랐다. “내가 후생을 대접함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제 죽으러 간다는데도 송별의 말조차 없으니, 내게 무슨 잘못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신릉군은 도저히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진군을 멈추었다. 섭섭하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는 수레를 되돌려 다시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계속)

“내가 후생을 대접함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제 죽으러 가는 내게 송별의 말조차 없으니,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공자는 수레를 되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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