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연말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가 예년과 달리 크지 않다는 느낌이 팽배해 있다. 희망이 줄어들거나, 희망을 아예 접어버린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일컬어 절망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고 사람들은 희망을 포기하게 된다.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새 부대에 담을 일이다. 그런데 희망을 포기부터 하니, 새 부대가 필요할 까닭이 없다.

우선 지난 한 해 동안 겪어온 민생이 새해라고 달라질 낌새가 전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개개인에게 주어졌던 의무나 가정을 지켜온 구성원으로서의 의무, 혹은 국민이 지켜야할 책무 등등이 말 그대로 오리무중 속에서 피아를 구분할 수 없이 혼미하기만 했다는 반응이다.

이럴 때 일수록 지도자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도 갈 길을 몰라 국민보다 더 혼란을 부추기는 노릇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연말인 지금까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댈 곳이 없는 민생은 당연히 혼미한 지경에서 미래가없는 백성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헬 조선’이나 ‘탈(脫)코리아’는 이렇게 해서 나온 말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하게 보이고 있다.

도대체 지난 한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몇 년째 가라앉기만 하는 나라경제를 부추기기 위해 국민과 정부는 대체 무엇을 했어야하고 하려고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뭐 하나 꼽을게 없다.

대통령도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관련당국의 분발을 촉구하기를 밥 먹듯 했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부터는 회의 때마다 읍소하듯 거듭 당국을 향해 촉구했다. 그러나 국정최고책임자의 거듭된 촉구에도 반응은 정 반대였다.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대통령은 여야를 불문하고 책임자를 만나 설득하고 달래가면서 정책이 시행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런 대통령이 어떤 나라 대통령인지는 모르지만,

참 잘하는 짓인지도 모를 일이다.

국정최고책임자가 그렇게 직접 돌아다니면서 정부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려면, 당국이라는 시스템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게다가 수많은 인력과 엄청난 예산은 무엇에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

여당은 무엇이고 야당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찾아 설득하고 협조를 구걸해야 만이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듯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수립 모양새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국민이 갖는 의문이다. 소위 정치를 한다는 당국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말이다.

당장 입법이 되고, 당장 시행에 들어가야 나라경제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세상이다. 또 기존의 제도가 지속될 경우 역효과가 되는 경우도 있다. 당장 효력을 정지시켜야할 법이라는 말이다. 시급히 폐지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어디인가.

우리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국회에 당장 필요한 입법을 요구한지 벌써 오래다.

서비스산업육성법, 원샷법(규제를 간소화하고 각종지원을 더해 기업구조조정을 촉구하자는 내용), 노동개혁 5법(기간제근로자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시급한 이 법안을 두고 여야는 소위 쟁점화 해서 타협을 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헐뜯기 일쑤로 연말을 허비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한 두 명의 국회의원이 가로 막고 나기기 때문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민초들은 속이 뒤집어지고 있다. 그런 자들 일수록 ’국민의 뜻‘을 장비 헌 칼 쓰듯 끌어다 쓰기 일쑤다.

그런 당사자들의 지역구엘 가보면 하나같이 ‘여러분의 숙원사업을 드디어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면서 ‘000억원 예산확보 성공!!’ 이런 현수막을 지역구 곳곳에 걸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수막을 대하는 민생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저런 돈이나 사업이 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국회의원이라는 자의 배만 불리고 있을 뿐이지…” 유권자의 솔직한 심사다.

그래서 그들에게 새해에 희망이 있을 턱이 없다. 바닥을 기는 경제보다 더 심각한 민생의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필요한 때다. 희망 없는 새해를 맞이하는 민생의 두려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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