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가입자도 모르는 새에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다.

보험가입자가 두번째 차량을 구입하면 그간의 가입경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문제의식은 두 번째 차량을 구매할 경우 운전자가 보험계약자와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일반적으로 두 번째 차량은 가족 중 보험가입경력이 가장 많은 사람의 명의로 구매하게 된다.

보험 가입 시 가입경력을 인정받아 저렴한 보험료로 두대의 차를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논리는 두 번째 차량을 가입자의 배우자나 자녀 등이 운전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실제 운전경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넘겨 짚는 것이다.

그간의 가입경력을 무시하고 차량을 기준으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평가하려는 이유다.

이는 부부한정·가족한정특약 등으로 운전자를 묶어왔던 기존의 정책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손보사는 해당 특약에 가입하면 보험가입자 중 누가 주로 차를 이용하는지 알 수 없다.

최근에는 세컨드카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차량이 한 대라면 회사에 출근하는 남편이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입경력이 적은 운전자가 타기 때문이라면 27세, 30세 등 연령별 특약은 누굴 위해 존재할까.

손보사가 실제 운전자의 경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 같은 보험사의 결정은 치솟는 손해율의 자동차보험 때문에 영업적자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기와 고가차량의 수리비·렌트비 안정화를 이끌어낸 것도 곯아버린 자동차보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이 나올 동안 두 번째 차량에 대한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설명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부화재와 KB손해보험은 지난 7월, 10월에 먼저 시행하고 있었고 롯데손해보험과 삼성화재도 오는 26일, 내달 1일 시행한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러한 경향은 보험사와 소비자간 사회적 합의는 배제된 상태로 중소형사까지 퍼질 것이다.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싫어할 보험사는 없다.

여기에서 금융당국은 별 문제없이 보험사의 제도 전환을 허락했다.

보험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대신 소비자보호를 최우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소비자의 ‘알 권리’도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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