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대한민국의 연말정국(年末政局)엔 경제가 실종된 지 벌써 오래전 일이다. 굳이 찾아보자면 경제의 어두운 앞날을 예시하는 통계수치만 보일뿐이다. 앞장서 나라경제를 돌봐야할 당사자들이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들은 영일 없이 자리다툼에 여념이 없다. 오직 넉 달 남짓 앞으로 닥아 온 총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없을까를 두고 온갖 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민초들이 생활전선에서 쌓인 온갖 피곤을 달래는 주말 휴식시간도 앗아버렸다. 하필 일요일 한가로운 시간을 택해 굉음을 낸 것이다. 야당이 분열하는 소리가 나라전체를 들쑤셨다. 그날이 왜 일요일이 이어야 했는지 알다가가도 모르겠다. 동네 작은 교회 목사님도 한마디 하신다.

 “저런 작자들에게 나라를 맡긴 우리가 한심하지요. 주님께서 결코 용서하시지 않을 줄 믿습니다.” 그러자 강대상아래 모여앉아 설교를 듣던 신자들의 입에서 탄식하듯 “아~멘…”소리가 퍼진다. 대한민국의  한해는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새해의 살림형편이 올해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것보다 앞선다. 서민의 얼굴에 주름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언제까지 경기가 가라앉을지 점치기 어렵다는 말까지 들린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만의 형편은 아니라는 거다. 소위 선진국들도 경기침체에 허덕인다는 소리다. 게다가 ‘그래도 우리는 선방하고 있다’는 소리까지를 끼워넣는다. 흡사 정권을 잡고 있는 위정자들이 잘했기 때문에 이나마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들 게 하는 소리다. 아예 그 점을 강조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들의 이런 ‘홍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다음 총선에서도 밀어 달라’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러니 허리띠 더 졸라매고 따라오라’는 건 아닐까? 분명 둘 중 하나일터다.

이런 주문의 속뜻이 뭔지 모르는 민중은 없다. 선택하나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 민족보다 잘하는 사람들이다. 정권도 갈아치운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총선만큼 선택하기 쉽도록 문제를 내놓은 적이 없는데, 따로 정부가 나서서 은근히 홍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상대 당이 산산이 부서지고, 갈라지고, 싸움박질 하는 데 뭔 걱정인가. 그러니 위정자들에게 민생경제에 대해 걱정해 달라는 말 자체가 연목구어와 다르지 않을 깃이다. 

세계경제는 역시 내년에도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하지만 원화가 기축통화로 편입되면서 명실공이 세계경제의 한축을 떠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경제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평가이다.

70년대 초 오일쇼크 이후, 석유 값 움직임에 세계 각국은 시시각각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하루가 다르게 움직이는 오일시세로 해서 세계경제는 요동쳤다. 그런 와중에서 대체에너지개발에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오일쇼크의 악몽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염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던 오일시세가 거의 매일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종전보다 30~40% 가량을 육박할 정도로 낙폭이 커진 것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동안 고유가로해서 골머리를 썩이던 경제가 펴 질만도 한데, 그게 아니란다.

전 세계가 모두 똑같이 원유 값이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조건이 달라진 게 없다는 것. 그러니 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경쟁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달러를 긁어모았던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구매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출로 먹고 살던 나라들의 형편은 어려워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새 정치’을 기치로 해서 많은 젊은이들의 환호를 배경으로 정계에 데뷔했던 이가 야당에 들어갔다가 불과 2년도 못 견디고 나왔다. 광야에서 또 다른 당을 만들어 정권을 잡겠다고.

그들은 권력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민생을 어떻게 돌보겠다는 말은 없다. 누리고 싶은 권력만이 그들의 목표다. 단 한마디라도 민생을 위한 포부가 무엇인지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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