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지난해 7월 취임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은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1년 5개월 동안 경제체질 개선과 경제 활력 제고란 ‘두 마리 사자’를 잡느라 숨 가쁘게 달려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당으로 복귀를 앞두고 그간의 소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수준으로 평가되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분석해서 내놓은 것이라는 첨언이다. 그러면서 그는 비록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노동개혁 등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는 경제주체는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혁은 강 건너 불처럼 요원해 보인다. 앞장서 개혁을 추동하고 제도적으로 이끌어 내야할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치열한 투쟁을 하고 있어서 이다.

게다가 소득 최상위급인 귀족노조원들이 벌써부터 노동개혁을 기를 쓰고 가로막는 반대투쟁 모드에 들어간 지 오래다. 극렬 폭력투쟁으로 나라전체가 시끄럽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지휘한 총책임자가 개혁이 절실하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우리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고 우려한다.

그의 지적이 아니라도 이미 한국경제의 심각한 처지는 자타가 공인(?)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벌써 몇 해를 거의 허송세월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경제체질개선을 위한 이러저러한 정책제시도 다만 매스컴의 논란소재로 떠돌다가 이내 사라지기 일쑤다. 그때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여야 경제전문가들이다. 이어서 대학교수를 비롯한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의견을 제시하면서 입안자들의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경제개혁은 입안과정을 거쳐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제정되어야 비로소 시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입안을 정치적 잣대로 재고, 재단하는 과정에서 지지부진하다가 아예 사라져버리는 예가 허다하다. 아무리 행정부에서 채근을 해도 입법부는 눈 하나 깜작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될 턱이 없다. 이제는 천길 벼랑에 놓여있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뿐만이 아니다. 떨어지되 연착륙이 돼야한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떨어지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를 점치는 마이너스상황에 빠진 것은 아닌지 더듬어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고, 경제지표도 불안한 것만도 아니라고 이것저것 내놓고 국민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며칠 못가 그런 긍정적인 근거물이라는 것도 착시현상임이 드러나고 만다.

결국 서민들은 미래를 위해 들었던 보험도 해약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이 예의 주시한다는 소식이다. 보험은 미래를 위한 소비행위이다. 그런데 미래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의 호구지책이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을 의미한다.

지유의지에 의한 결정이기에 제3자가 막을 일이 아니다. 막는다고 막아질 일도 아니다. 당장 이 같은 사태를 막아낼 묘안이 없다. 경제의 기본단위인 개인의 입지가 심각한 처지에 몰린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이미 늦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오죽했으면 노동개혁을 폭력으로라도 막아내겠다는 귀족노조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야당에 대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시점이다.

연말에 이르자 민생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이 몇몇 법안을 인심이나 쓰듯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회에는 수백, 수천 건의 민생관련 법안이 먼지를 뒤집어 쓴 체 잠자고 있다. 그러다가 그냥 폐기처분당하기 일쑤다. 그리고 그들은 제 밥그릇 지키기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서민은 당장 일용할 양식을 만들기 위해 내일을 포기한 결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상황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들은. 불과 4개월 후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선택할 기회가 온다는 것을 그들에게 웅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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