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선배의 권유로 연금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A씨는 보험 광고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통장에서 매월 꼬박꼬박 보험료가 나가는데 수익률이 형편없다고 느낀 그는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A씨가 보험사에서 돌려받은 돈(해지환급금)은 그동안 낸 보험료보다 100만원 적었다.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따졌지만 `연금보험은 가입 초기에 수수료를 많이 떼 환급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연금보험은 장기상품이라서 참고 기다리면 수익률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반문했다.

◇연금보험 가입자, 10년 지나면 절반이 해지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ㆍ자산운용사ㆍ보험사 연금저축 상품의 10년 계약유지율은 평균 52.4%다.

이번에 처음 공시된 상품별 유지율을 보면 10년 유지율이 10%대에 머무르는 곳도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나이스플랜연금보험'은 5년 유지율이 57.0%, 10년 유지율이 14.7%다.

가입자들이 판매 5년 안에 절반 가까이 떠났다. 10년이 지나자 10명 중 1~2명꼴로만 남은 것이다. 현재 이 상품은 판매가 중지됐다.

10년 유지율이 50%를 넘는 연금보험은 한화생명의 `하이드림연금보험(55.4%)', 삼성생명의 `골드연금보험(57.9%)', 농협생명의 `트리플에이연금공제(64.1%)' 등 3개에 불과하다.

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흥국화재의 `평생행복보험'은 5년 유지율이 41.8%, 10년 유지율이 24.6%에 불과하다. 이 상품도 판매 중지됐다.

10년 유지율이 50%를 넘는 연금보험은 현대해상의 `하이노후사랑보험(56.2%)', LIG손보의 `미래골드보험(50.4%)' 등 2개뿐이다.

연금보험은 중도해지하면 은행의 연금신탁이나 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보다 돌려받는 돈이 적다. 모집수수료를 많이 떼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금보험은 7년 안에 해지하면 세금 공제와 별도로 모집 수당 등 추가적인 해약 공제가 발생해 환급금이 훨씬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조한 수익률 탓…판매중지ㆍ신상품 출시 반복

계약유지율이 낮은 까닭은 무엇보다 수익률이 매우 저조한 탓이다. A씨의 사례처럼 매월 돈을 부어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나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10년 유지율이 가장 낮은 알리안츠생명의 `나이스플랜연금보험'은 2001년 판매된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0.71%다.

한 달에 30만원씩 10년 동안 3천600만원을 넣었지만, 이익은커녕 원금마저 30만원 정도 까먹은 셈이다.

저조한 수익률에 유지율까지 낮아지다 보니 보험사들은 상품을 판매 중지하고 비슷한 구조로 이름만 바꾼 신상품을 내세워 가입자를 모으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각 생보사가 주력 상품으로 가장 많이 판매한 16개 상품은 죄다 판매 중지됐다.

생ㆍ손보사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연금보험 상품은 434개에 달한다. 전체 연금저축 상품 621개의 약 70%를 차지한다.

보험사들은 수수료 구조 탓에 연금보험 상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은행이나 자산운용사가 하지 않은 `예상 수익률'을 따로 공시했다. 참고 기다리면 수익률을 회복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다.

예상 수익률은 보험사의 공시이율 추세를 근거로 삼고 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공시이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률이 실망스럽더라도 중도해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보험료 납부를 잠시 멈추거나 다른 상품으로 계약 이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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