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고객 가운데 주택 담보가치인정(LTV) 비율이 낮은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용대출보다 우량하다고 간주되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려고 LTV 한도를 꽉 채워 돈을 빌려주던 관행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기존 대출상품을 리모델링한 장기 혼합금리 주택담보대출인 `포 유(For You) 장기대출 투(Ⅱ)'를 출시했다.

기존에 최대 연 0.9%포인트였던 우대금리를 1.23%포인트로 높이고 우대금리 항목도 늘려 고객의 이자 부담을 덜어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LTV 비율에 따른 우대금리다.

고객 가운데 LTV 비율이 40% 이하인 고객은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돈을 빌리는 것을 방지하고 대출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집을 사려는 고객은 1억2천만원을 대출(선순위 임차보증금 등이 없을 경우)받으면 LTV 40%에 따른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연 24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현재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LTV 한도는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지역의 경우 시가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출기간에 따라 50~60%, 6억원 초과 아파트가 50%다. 수도권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 주택은 60%다.

한국씨티은행도 `씨티주택담보대출' 고객 가운데 LTV가 40% 이하이고 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면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올해 초 상품을 리모델링하면서 우대이율을 조정했지만 LTV 우대이율은 그대로 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대출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LTV가 낮은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주는 이유다. 최근 문제가 된 가계부채 대책에도 일조할 수 있어 이 항목을 없애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은행의 이러한 시도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관행과 반대되는 것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우량한 대출로 여겨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LTV가 낮은 고객을 우대할 이유가 없었다. LTV 한도를 꽉 채워 거액을 대출하면 우대이율을 주는 상품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에서는 LTV 한도를 다 채워서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 하락에 따른 가계대출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주택담보대출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개선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LTV 초과분과 `깡통주택' 우려가 커졌다. 가계부채가 국가적 문제가 된 상황에서 고객이 대출금을 계획적으로 이용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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