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젊은이들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단다. 그것도 유능해 뵈는 청장년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원인 중 하나가 워낙 나이가 많은 원로급 노인들이 당(黨)에 버티고 앉아 사사건건 소신을 밝히고 있는 터에 애송이 급(?)도 안 되는 국회의원이 뭘 하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가 나라의 운명과 진운을 결정하는 대의기능이라는 걸 모르는 그들이 아니면서도, 그들,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정치를 두고 ‘3D업종’이라는 소리까지 들리겠는가.

일찍이 우리나라에서는 똑똑한 놈은 의당히 조정에 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고 바로 초고의 출세였다. 그 전통이 이어져 똑똑한 녀석은 고시에 합격해서 공직자가 되는 것을 일컬어 출세했다고 일컬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젊은이가 국회로 진출해서 의원이 되고, 장차 장관이 되거나 요즘은 지방도백이 되어 미구에 대권을 겨루는 인물로 성장하는 단계를 밟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하겠다고 작심을 하고 청운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길이, 적어도 정치인 이상으로 빛나고 보람된 일이 훨씬 많은 터에, 굳이 이 사람 저 사람한테서 뻑 하면 욕이나 얻어먹거나, 잘해야 본전도 못하는 정치판에 인생을 걸겠느냐는 것이다.

‘조국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신명을 받치겠다는 젊은이들이 적다는 세태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나라의 중심사안이 아니라는 소리가 아니다.

정치없는 정사(政事)가 있을 수 없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누군가 꼭 담당해야 한다. 나라의 중심기둥이 곧 정사이고 정치다. 곧고 굳센 젊은이들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신명을 다해 기울여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편하게 밥벌이도 하고, 처자식과 행복하게 사는 게 훨씬 자아성취의 최선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나라의 장래가 침침하다. 가야할 길이 어디이고, 무엇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한숨을 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드러내놓고 젊은이들의 정치기피 현상을 심각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워낙 수많은 암초가 깔려있는 정치판을 헤치고 행여 의원배지를 단다고 해도 층층시하 선배들 눈치 보다가 세월을 보내기는 싫다는 것이다. 그런 판에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를 정치에 바치라는 말이 쉬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이 대학가의 주요학생운동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거의 매일 공부대신 데모로 지새우던 때였다. 시국 돌아가는 것에 재빠르던 학생들이 정치권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국회의원이 되고, 정권의 실세로 성장했다.

지금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제 그들도 그들의 뒤를 이를 후배들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마땅히 골라 쓸 인재가 없다는 소리다. 정확하게는 ‘더러운 정치판에는 안가겠다’는 것이다.

어찌 사람이 없겠는가. 있을 것이다. 또 있어야 한다. 그런데 투쟁적 가치로 꽉 찬 인재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유권자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현재 유권자에게는 그런 인재는 인재도 아니다.
모든 사안을 투쟁적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정치인은 새 시대의 정치인일 수 없다는 뜻이다. 여와 야로 나뉘어 밤낮 투쟁하는 정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에게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고, 공동체를 다독이는 말 그대로 정치적 예술가가 필요한 때다. 닥아 오는 새해에는 그런 인재를 유권자들은 기대해 마지않는다. 바로 지금 이 나라에 정치인이 누구인가를 묻는 심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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