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혁 산업부 차장
차종혁 산업부 차장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국내 기업들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이어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기부를 받아 조성하는 펀드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가입신청서에 서명했다. 청년희망펀드 제1호 기부다.

박 대통령이 펀드 기부에 참여한 이후 국내 기업의 기부가 이어졌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억원을 사재 출연하고, 그룹 사장단과 임원진이 50억원을 보태 25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이어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과 임원진이 함께 200억원을 기부했다.

뒤이어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임원이 50억원,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과 임원이 35억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임원이 40억원을 내는 등 대기업의 청년희망펀드 기부는 계속됐다.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심각한 청년일자리 문제에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정부 정책에 발맞춘 듯한 속보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보여 씁쓸하다. 하반기 들어 기업들이 일제히 청년채용을 늘리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돼 씁쓸함을 더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9월 발표한 국내 30대그룹 고용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30대 그룹의 직원수는 최근 1년새 8천명 증가에 그쳤다. 이들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말 기준 직원수가 100만여명인 점에서 보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중 현대차그룹은 1년새 직원수가 5천명이 넘게 증가했다. 나머지 그룹의 직원수 증가는 3천명 수준에 그친 것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이 고용 창출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 전반적으로 정체 내지는 쇠퇴하는 상황이다 보니 직원을 대폭 늘리기에는 기업의 부담이 큰 면이 있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것만으로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역할 부담을 덜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업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명목으로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각종 혜택을 볼 때 기업의 청년희망펀드 기부는 싼 값에 넘어가겠다는 식으로 비친다.

“사업을 통해 고용창출을 이뤄내는 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인데 제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선심성 펀드 기부에 나서는 것은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경제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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