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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직한 소진(蘇秦)123. 합종연횡(1)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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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3  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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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驕君必好利 亡國之臣必貪於財
교군필호리 망국지신필탐어재
교만한 군주는 반드시 이익을 좋아하고, 망국의 신하는 재물을 탐낸다 <蘇秦列傳>
소진의 아우 소대(蘇代)가 연나라 왕에게 제나라에 먼저 양보하라고 유세하며   

앞서 손빈과 방연이 함께 공부한 동문관계였다고 밝혔거니와, 그들은 귀곡자(鬼谷子) 문하에서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곡자에게 배운 또 다른 수제자들은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다. 소진과 장의는 중국 천하를 혓바닥 하나로 엎고 뒤집으면서 전국 7웅을 뒤흔들었다. 귀곡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으나, 당대에 기재들을 많이 길러낸 명문이었다. ‘귀곡’이라 불릴 만큼 깊은 산속에서 문과와 무과에 모두 탁월한 영재들을 길러냈다.

주나라가 와해되어 모든 제후들마다 왕(王)을 자칭하는 가운데, 진(秦)나라의 힘이 바야흐로 커져서 전국시대 7웅 가운데 여섯 나라가 진나라 하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임하다

소진은 주나라 수도 낙양 출신이다. 젊어서 제나라 땅으로 가 귀곡선생 문하에서 공부했다.

처음에 그는 벼슬을 얻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으나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의 형제들과 형수 아내 첩까지 모두들 그를 비웃었다.

“주나라 사람들은 모두 농사를 짓거나 공업이나 상업에 종사하여 먹고 삽니다. 당신은 근본을 제쳐두고 입이나 혀끝만 놀리려 하니 가난뱅이를 면치 못하는 것이오.”

소진은 마음이 상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무릇 선비가 이미 머리를 숙여가며 글을 배우고도 존귀와 영화를 취할 수 없다면 많은 책을 읽은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1년을 더 병법을 읽고 나서 주 천자 현왕을 만나러 갔으나 왕의 측근들은 이미 소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무시했다.

소진은 진(秦)나라로 갔다. 마침 진 효공이 세상을 떠나 혜왕이 집권할 때였다. 운 좋게 새 왕을 만나 유세하였으나 거절당했다. 진나라에서는 개혁가인 상앙을 주살한 직후였기 때문에 말로 유세하는 선비들을 배척했던 것이다. 이래서 소진은 강대국인 진나라를 포기하고 약소국인 여섯 나라를 전전하게 되었다. 진나라를 위하여 세계 경영을 설파하던 사람이 이제 약소국들을 위하여 진나라에 대항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 것이다. 한 개인의 운명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까지도 이렇게 우연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소진은 먼저 동쪽의 조(趙)나라로 갔으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연나라로 가서 비로소 군주를 만났다. 소진은 연나라 문후에게 인접한 조나라와 합종할 것을 권했다. 바야흐로 진나라가 중원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으므로, 약한 나라끼리 힘을 합쳐 진나라를 견제해야 중원에 평화가 보장된다는 논리였다. 인접한 조나라나 제나라를 경계하느라 지쳐있던 연 문후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대의 말이 옳소. 그러나 우리가 인접한 서쪽의 조나라나 남쪽의 제나라는 모두 강성하니 우리 말을 들을지 모르겠소. 혹시 그대가 두 나라를 설득하여 합종을 이루게 할 수 있다면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소.”

연 문후는 소진에게 수레와 비용을 대주고 외교사절의 권한을 위임하여 조나라로 가게 했다. 마침 조나라에서는 애초에 그를 문전박대했던 봉양군이 죽고 없어서 군주인 숙후에게 마음껏 유세할 수 있었다. 소진은 먼저 조나라가 연이나 제나라와 화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일일이 열거한 뒤에 진(秦)을 제외한 조-제-초-한-위(魏)-연 여섯 나라가 합종하여 공동으로 진나라에 대항할 것을 주장했다.

조 숙후가 대답했다. “과인은 일찍이 국가를 오랫동안 편안하게 다스리는 계책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었소. 지금 그대가 천하를 보존하고 각 나라를 안정시킬 좋은 뜻을 말해주었으니 진실로 그 말을 따르기를 원하오.”

그리고는 나머지 네 나라에 대해서도 같은 뜻으로 설득해주기를 당부하면서 수레 100대와 황금 백옥 비단을 내려주었다. 소진은 연나라와 조나라 왕의 위임장을 가지고 한(韓) 위(魏) 제(齊) 초(楚)의 왕들을 차례로 찾아가 설득했다. 과연 진나라로 하여금 다른 나라를 감히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서로 의지하게 하여 중원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묘책이었으므로 모든 군주들이 그 말을 따랐다.

맹약이 성사되고 소진은 좌장이 되었다. 여섯 나라의 왕들이 모두 그에게 재상의 관인을 주었으므로, 동맹에 관한 한 소진 한 사람의 뜻이 곧 여섯 나라의 뜻이기도 했다.

소진이 조나라로 돌아가는 도중 고향인 낙양에 들렀다. 여섯 나라를 대표하는 수행원들과 화물까지 포함하여 거대한 행차가 낙양에 들어서자 천자인 주 현왕은 놀라고 두려워하여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성 밖까지 사람을 보내 마중하며 격려하였다.

금의환향이다. 집안이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가 외롭게 공부하고 있을 때 비웃던 형제며 처와 형수까지 그를 맞아 식사대접을 하면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부귀해지자 친척이 나를 경외하고 가난할 때는 나를 경시하니,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만일 내게 낙양 근교에 좋은 밭 두 이랑이 있었더라면 오늘 이렇게 여섯 나라의 인수를 찰 수 있었을까.” 그는 천금을 풀어 일족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일찍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을 초대하여 보답하고, 그가 처음 연나라로 갈 때 노자로 1백전을 빌린 사람에게는 1백금(註=‘공양전’에 한(漢)나라 때 시세로 1금은 1만전이라 함)으로 갚았다.

조나라로 돌아가니 숙후가 그를 무안군에 봉했다. 진(秦)나라는 더 이상 함곡관을 넘보지 못했다. 그 평화가 15년간 지속됐다.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부귀해지자 친척이 나를 경외하고 가난할 때는 나를 경시하니,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일찍이 내게 좋은 밭 두 이랑만 있었더라면 오늘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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