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경제가 좋아졌다고요. 도대체 뭐가 좋아졌다는 겁니까?!"
"경제지표가 그렇다고 하네요. 그거 누가 만든 거죠?"
"경제전문가 아니면 교수겠죠. 혹은 고위관리 또는 신문기자가 오보 낸 거 아닙니까?!"
"그 사람들 혹시 장사해본 사람들입니까?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경제가 좋아졌다고? 내참!"

우리나라경제가 지난분기에 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통계자료가 신문방송의 주요기사로 보도된 이튿날, 아침 뉴스에는 서울의 어느 골목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골목상권의 주인공들인 가게의 사장님인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등장했다. 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모처럼 경기가 살아나고, 게다가 침체일변도였던 경제성장률도 상승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래서 민생현장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들어본 소리가 바로 앞서 소개한 '현장의 목소리'이다. 민망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딱히 당국의 발표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도 아닌 성 싶었다. 모르긴 해도 오래간만에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국면이 아닐까 싶어 민생현장의 반응을 보여주려던 것이다.

그러나 민생현장의 반응은 영 딴판이었다. 누구하나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의 소리만 낭자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거칠게(?)따져 묻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자연히 기획의도와는 달리 경제성장률 반등에 대한 비판성 보도로 바뀐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하긴 1%의 반등이 민생현장에서 무슨 느낌이 있겠는가. 모르긴 해도 10%쯤 급상승을 했다고 해도 긴가민가할 것이다. 그만큼 민생의 밑바닥 사정은 벌써 오래부터였으니까.

그동안 우리경제는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었다.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실적도 그랬다. 내수도 여전했다. 다라서 고용, 생산, 가동 등등 무엇 하나 제몫을 하는 부분이 없었다.

일본의 20년 침체를 고스란히 따라한다거나, 중국의 성장률둔화의 늪에 더불어 매몰되고 있다는 저주(?)가 우리사회에 파다했던 참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1%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이랴 싶었던 게다. 우리경제 규모에서 1%의 성장은 사실 간단하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과거 소위 ‘두 자릿수 성장’에 익숙해온 우리에게 1이라는 수치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하기 짝이 없을 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년 경제성장률 목표가 얼마인지를 안다면 1이라는 수치는 가치가 달라진다.

세계적으로 두 자리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이른 국가 중에는 없다. 중국도 이미 그런 세월은 지났다. 엊그제 까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렸던 중국도 소위 ‘좋은 시절’은 이미 갔다는 평가다.

그런 터에 우리나라가 이룬 ‘1%’성장은 소중하기 짝이 없는 성과인 셈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기뻐하고 대견하게 여겨야 할 민심은 오히려 못마땅하고 화가 난 표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 시작되고 있다. 그 신호가 우리에게는 벌써 오래전부터 ‘새해에는 어떻게 꾸려나가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송구영신의 시간이 아니다. 여야의 정쟁(政爭)와중에 매몰돼 정신이 혼미할 뿐이다. 정작 민생의 고민은 실종되는 시간인 것이다.

올해도 여전하다. 여야의 어리석은 작태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밝아오는 새해에는 확실한 심판의 시간이 닥아 오기에 더욱 그러하다. 1%의 소중한 희망을 정권이, 여야 정치권이 더 큰 나무로 키워 나가는 정성을 기대해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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