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 승무원' 대법 판결로 새 국면 맞나?

KTX 해고 승무원들은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오후 12시,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대법원 판결규탄과 직접고용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 KTX 해고 승무원 공식 페이스북>
KTX 해고 승무원들은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오후 12시,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대법원 판결규탄과 직접고용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 KTX 해고 승무원 공식 페이스북>

[현대경제신문 박준영 기자] “열차팀장의 업무 지시를 어떻게 받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안전업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업무 수행은 자회사로 고용된 승무원들이 하는걸요”

근로자 부당 처우 문제와 각종 사업의 업무 외주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자회사로 채용된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KTX 여승무원 해고 사태가 새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코레일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또 차량정비·임대, 물류, 유지보수 등의 사업을 단계적으로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코레일 민영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5일 김영준 철도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철도공사의 노동자 처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는 코레일이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을 확대하고 노동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려는 행태에서 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코레일은 본사에서의 직접고용 형태는 줄이는 대신 자회사를 통한 파견·용역 인력은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한국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이찬열 의원(새정연)은 코레일의 최근 5년 동안 정규직 직원은 약 3천여명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2010년 196명에서 2015년 283명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파견 인력도 2010년 4천443명에서 2015년 5천545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이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용역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KTX 열차의 한 승무원은 “일선 승무원들은 코레일 직원들의 직접 지시를 받으면서 일하지만, 우리는 자회사의 직원이기 때문에 처우가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연봉도 직접 고용된 사람들보다 50%가량 적고 주 56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잦아 근무 강도가 훨씬 세다”고 말했다.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처우 문제는 지난 2006년 KTX 여승무원 해고사태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4년 당시 KTX 승무원들은 철도청(현 코레일)의 정규직 채용 구두약속을 받고 자회사인 홍익회에 위탁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하지만 코레일은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승무원들은 10년간 지루한 법정공방을 이어왔다.

법원은 1·2심에서 KTX 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의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지난 2월 대법원은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승무원들은 코레일의 지시를 받으며 안전업무를 책임졌지만 이는 ‘이례적인 일’에 불과했다는 게 대법원의 논리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이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비판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김영준 국장은 “5천명이 넘는 간접고용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생존권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며 “코레일 콜센터 직원들도 곧 파업에 돌입할 예정인데 합심해서 처우 개선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레일의 각종 업무 부문 외주화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됐다. 안전과 관련된 시설 유지·보수, 차량 정비·임대를 단계적으로 분리시켜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코레일을 민영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코레일 민영화 논란을 눈여겨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 전체를 민영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중요 업무를 단계적으로 외주화하는 형태인 것 같다”며 “외주화가 진행될수록 안전문제, 근로자 인권 문제 등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영화 논란에 대해 “정부의 지침대로 경영 개선 차원에서 이뤄지는 수순”이라며 “민영화 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근로자 처우는 1차적으로 자회사 내부 문제이지만 코레일도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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