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한두 번 바람결에 들었나?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는 방송을 듣고, 잘못들은 게 아닌 가해서 뉴스시간을 챙겨봤으나 종내 무소식이었다. 후속보도는 없었다. 상인들에게 명절은 한몫을 잡는 기회이다. 추석은 큰 성수기이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식 세일을 본떠 요란하게 부추긴 바겐세일이 잇따랐다.

아무튼 겉으로는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 보였을 거다. 특히 시장이 활기를 띄고 대형마켓이나 백화점 등에 사람들이 몰렸다. 통계를 내는 곳에서나 경제를 살펴보는 쪽에서 보면 확실히 경기가, 특히 서민경제가 꿈틀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것을 경기부활의 조짐으로 해석한 것은 우리경제의 깊이보다 표피만 보고 과대포장을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의 1/3일 수준’정도라는 볼멘 상인의 육성이 이어졌다.

우리경제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어린아이들의 호기심 차원이라는 전제하에서 생각하는 말임을 먼저 밝힌다. ‘중국쯤이야 한참 멀었다!’ 이런 생각이 우리의 심정이고, 자부심이었다. 불과 1, 2년 전의 생각이었으니까.

우리가 우리의 과학적인 통계자료를 놓고 분석하건데, 분명 우리는 중국에 이미 뒤쳐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문제는 그런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게 문제다.

경제연구소라면 전문기관으로 손꼽히는 독일의 모 처의 발표대로라면 한마디로 ‘유구무언’이다. 그 기관에서는 코리아는 그냥 참조할 정도로 우리경제를 치부하고 있었다. 감히 중국경제를 논함에 있어서 한국은 ‘조족지혈’이기에 존재가치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세계경제의 축은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등을 기둥으로 해서, 아시아, 구라파 등등 대륙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물의 흐름처럼 그 지형은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우리경제의 형편이, 세계인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멀다는 점에 마음이 쓰인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1/10도 모른다.’는 속설이 그냥 귓전으로 듣고 말 게 아니라는 의미이다. 우리끼리는 ‘이미 우리는 일본을 뛰어넘고, 중국을 멀찍이 제킨 나라’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스스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공평하기로 정평이 있는 기관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적 현주소’를 밝혀준 것이다.

우리가 외환위기에 빠지기 직전, 미국의 모 기관에서 “코리아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드리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라는 경고를 했다. 우리는 콧방귀로 무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일 년도 못돼 우리나라는 6.25정쟁이후 가장 혹독한 시절을 겪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소득 3만 달러시대를 앞두고 지지부진하고 있다. 오직 정치위주의 난국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 시대가 흡사 나라까지 매도해 버렸던 구 한말 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있다.

국사교과서를 다시 만들고, 국회의원 수를 가감하고, 좌우를 편 가르고  등등…. 이런 것으로는 서민의 배는 채워지지 않는다. 경기가 활성화 조짐이 보인다는 착시현상으로 서민은 이미 현혹될 경지는 아니다.

아침 기온이 차다. 그렇다고 시절 탓을 할 일이 아니다. 백성은 그렇다. 혹시 위정자들은 ‘이게, 집권자 부덕의 소치’라고 몰아붙이는 몰이해가 횡행해서는 나라는 절단난다. 이미 절단된 나라지만, 이제라도 민생에 집중하는 ‘우리’가 되자는 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 가를 잘 살펴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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