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가 마무리됐다. 20여년간 변화가 없던 은행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가까워 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의 질서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금융업이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중점 심사 기준으로 혁신성에 무엇보다 큰 배점을 둔 이유다. 어떻게, 얼마나 기존 은행업과 달라질 수 있는지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이 달린 셈이다.

이에 예비인가 신청 사업자들은 금융-ICT기업간 합종연횡에 따라 각각 11~20개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최초’ 타이틀이 주는 상징성과 2차인가 전까지 쌓을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 더 있다. 이번 인가는 은산분리 규제와 현행 은행법에 따라 진행되는 시범 인가의 성격이 강하다. 2차 인가는 최저자본금을 1천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내리고 비금융주력자의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50%까지 올릴 수 있는 은행법 개정 이후 이뤄질 예정인데 이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1호’, ‘최초’ 타이틀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불확실성이 큰 사업임에도 45개에 달하는 기업의 참여가 이뤄진 이유다.

덕분에 카카오, KT, 인터파크라는 대형 ICT기업을 필두로 각 기업들의 특징을 살린 전략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금리 시장 진출, 결제 편의성 확대 등 각 참여 기업들의 역량을 결집해 차별화를 만들어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구상은 좋지만 사공이 너무 많다. 전략을 구상하고 참여자를 모았다기보다 참여자가 늘어나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식의 인상이 강하다.

K-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인가신청을 보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한화생명과 현대증권이 참여했다. 지분 참여 비율이나 시너지 효과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다른 컨소시엄도 마찬가지다. 예비인가 신청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참여 기업들의 면면이 모두 나타났는데 애초에 참여에 나선 기업들 이외에도 이베이, 텐센트 등 외국계 기업이나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 등이 눈에 띈다. 금융업의 혁신을 위해 뛰어들었다지만 이들의 관심이 은행업에 국한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또 은행법 개정 이전 상태라는 점에서 각 컨소시엄별 주도적인 사업자가 있음에도 최대주주는 다른 지배구조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은행법상 ICT기업의 최대 지분율은 4%(의결권 포기 시 10%)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최대 지분도 10%로 제한했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ICT기업들은 은행법 개정 이후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염두하고 사업에 참여했지만 앞으로 주도권 분쟁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과연 최대 20여개에 달하는 기업의 목소리가 새로운 은행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을까. 금융당국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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