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소 "중국, 미래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주도" 전망

나인봇의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사진=나인봇 홈페이지>
나인봇의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사진=나인봇 홈페이지>

[현대경제신문 박준영 기자] # “아침마다 몸도 가볍고, 출퇴근 스트레스도 확 줄었어요.”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를 다니는 김성철(29)씨는 최근 100만원대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을 구매한 이후 출퇴근길이 즐거워졌다. 회사에서 버스 1정거장 거리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김씨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마다 도보나 대중교통을 두고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그는 ‘퍼스널 모빌리티’로 이동수단을 바꾼 이후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한여름 도보로 이동할 때처럼 셔츠도 젖을 일 없어 출퇴근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었다. 게다가 정신없는 출근 와중에도 주변의 경치도 구경할 수 있고 시원한 바람도 쐴 수 있어 오히려 출근시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세그웨이’로 대표되는 개인용 이동수단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가 각광받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가격과 레저용 기기라는 인식이 강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 몸값을 낮춘 다양한 제품의 출시로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사람 1명이 홀로 이용하는 근거리 이동수단을 의미한다. 세그웨이와 전기자전거, 외발힐 등이 대표적이다.

4일 LG경제연구소(LGERI)는 ‘퍼스널 모빌리티, 전자제품 이어 이동수단도 개인화 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1인 가구의 확산, 인구의 고령화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퍼스널 모빌리티'가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보고서는 퍼스널 모빌리티가 편리성과 경제성에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동구역의 제약과 주차 문제 등이 거의 없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전기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는 전기 1KWh로 100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 또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기를 동력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요소도 겸비했다.

게다가 인간의 신체를 확장해주는 외골격(Exo-Skeleton)과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는 컨트롤러와 배터리, 소재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실용성도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장점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다는 앉아서 타는 유니 커브(Uni Cub)라는 시제품을 내놓고, 도쿄 미래과학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이 제품은 이중 휠 구조로 제자리에서도 360도 회전할 수 있어 혼다의 기술력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는 아이로드(i-Road)라는 소형 전기차를 선보였으며 이를 마이크로 전기차라고 소개했다. 아이로드는 최대 주행 거리가 50km로 도시에서의 이동수단으로 최적화된 모델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토요타는 올해 2015 토쿄 모터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아이로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GM도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지 오래다. 지난 2009년 GM은 세그웨이와 공동으로 PUMA(Personal Urban Mobility and Accessibility)라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개발했다. 인력거처럼 생긴 이 제품은 무게가 140kg밖에 나가지 않고, 2명을 태우고 시속 35마일의 속도로 최장 35마일까지 이동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도 풋루스(Foot Loose)라는 전기 자전거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페달이 충전만 담당하고 구동력은 전기 모터에서만 나오는 방식이다. 풋루스는 일반적인 전기 자전거와 다른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보고서는 올해 4월 세그웨이와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던 중국의 나인봇(Ninebot)이 세그웨이를 인수하면서 향후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을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중국의 나인봇은 세그웨이를 모방한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특허 침해 소송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인봇은 올해 4월 세그웨이를 인수하면서 특허 침해 이슈를 원천봉쇄했다. 나인봇의 세그웨이 인수합병 후 중국의 샤오미(Xaomi)는 세콰이어 캐피탈 등과 8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그웨이를 사들였다.

이처럼 샤오미가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LG경제연구소 김재문 수석연구위원은 “가격대 성능비를 보면 중국기업들이 향후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면서도 “차별화된 제품들이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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