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문'이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과 되었다. 이보다 앞서 노사정간의 힘겨운 타협 끝에 합의문이 완성된 것이다.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헌법고치기 보다 어렵다는 노동개혁이 많은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하나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의된 내용은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법, 기간제근로자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5대 법안개정안이다.

정부는 이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해소 및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이라는 목표에 한발 닥아 섰다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세력의 논리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민주노총의 반발은 대규모 반대시위를 예고해 놓고 있다. 사용자측 입장도 녹록치 않다. 관련 경제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야당의 볼멘소리도 합의문완성과 함께 터져 나왔다. 민노총은 그런 야당과 연대해서 입법반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당은 5대 법안을 올해 안에 입법화하기 위한 숨 고루기에 들어갔다. 적어도 이번만은 야당의 반대도 명분 앞에서는 크게 위세를 떨치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 여당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일자리창출이라는 명제 앞에서 노동개혁법안에 대해 야당이 마냥 반대만 하기에는 벅찰 터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노동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해서다. 그러나 야당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명분 앞에서는 고개를 돌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이미 20%를 넘고 있다. 대학을 나온다고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계속 대학도서관에서 취업공부를 하는 청년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

노동개혁 관련법안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에 있다. 한마디로 고용과 해고에 유연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노조의 힘을 줄이자는 내용이다. 노조 때문에 회사가 견디기 어렵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노조가 협조하지 않으면 의욕이 반감된다는 것이다. 그러느니 안하고 말겠다는 것이다. 경영에 까지 노조의 의견을 따기기는 싫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가부장적 경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어느 재벌기업 노조는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60로 늘렸는데도 더 늘려달라는 것이다. 사측이 반대하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이다.

청년실업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노동귀족들의 요구는 끝이 없는 실정이다. 아버지의 월급을 깎아 아들을 고용하자는 게 고용피크제다. 그러나 그들에겐 턱도 없는 소리인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둡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고스란히 밟아 간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 대한민국을 보는 외국 전문가들은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정작 한국인들은 어두운 전망 앞에서도 개선하려는 모종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위기에 강한 민족성을 자랑한다고 해도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굳이 가래로 막을 필요가 있느냐는 투다.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들어 온지는 벌써 오래전이다. 그동안 몸을 움츠리고 투자를 줄이면서 안전운행에 들어간 곳은 역시 기업이다. 정작 경제운영을 다잡고 새로운 정책에 따라 목표를 정해야 했던 정부와 극회는 침묵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근시안적 임시방편에 머물렀다. 더 심각하기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곳이다. 여당은 차기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눈치 보기, 웰빙 행태다. 야당은 시종일관 당내 권력싸움만 보여 줬다. 그들에게 나라경제의 미래는 강 건너 불이었다.            

그러면서도 백가쟁명의 말싸움만은 세계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이른바 위정자들의 행태다. 나라가 잘될 조짐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어 보인다. 국민은 그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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