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웹 표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금융사는 적응이 어려운 모양이다. 특히나 보험사는 이전에도 그랬듯 더욱 보수적인 모습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을 출시하면서 기본 브라우저를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서 엣지브라우저로 바꿨다. 엣지브라우저는 IE에서 사용하던 엑티브엑스(ActiveX) 등의 외부 플러그인을 한 개도 허용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노력은 비표준화기술인 엑티브엑스를 거둬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PC사용자의 십중팔구는 윈도우를 사용했고 그곳엔 IE가 있었다. 그간 우리나라 금융권이 보안을 위해 엑티브엑스를 사용한 이유다.

덕분에 금융사 홈페이지를 이용할 때마다 집요하게 뜨는 팝업창을 클릭해야했고 끊임없는 보안프로그램 설치에 시달려야했다. IE가 직접 하지 못하는 보안 기능을 엑티브엑스를 통해 개인PC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또 IE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크롬, 사파리 등 멀티브라우저 사용자들은 늘어났다. 웹상에서 다양한 브라우저 사용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금융사들은 늦게나마 NPAPI 등의 외부 플러그인 기술로 모든 웹 환경에서 홈페이지 이용이 가능토록 했다.

보험사의 늑장대처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손해보험사들은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보험을 취급했지만 아직도 IE 이외의 브라우저 이용에 제약이 따르는 곳이 많다. 약 10개 생보사가 설계부터 가입까지 가능한 인터넷보험을 판매하지만 IE 이외의 브라우저로 가입까지 모두 가능한 곳은 많지 않다. 일찍 오픈된 웹 환경을 구축한 타 금융권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사실 현재 금융사에서 멀티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NPAPI 등의 외부 플러그인도 비표준화기술이다. 현재 웹 표준의 추세는 보안프로그램이건 악성코드건 간에 외부 플러그인을 통한 PC 접근을 모두 차단한다. 보안에 악영향을 미칠뿐더러 특정 웹브라우저에서만 사용 가능한 기술은 외면되고 있다. IE, 크롬 등이 외부플러그인 지원을 끊으려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험사는 선제 대응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에서만 보험을 판매한다는 생보사마저도 크롬의 외부 플러그인 차단에 대비해 실행파일(exe) 방식의 기술지원을 내놓을 예정이다. 비표준기술의 땜질이 계속되는 셈이다.

모두 은행, 증권에 비해 웹사이트 이용이 빈번하지 않다는 이유다. 아직까지 크롬이나 사파리로 가입을 못해 불편하다는 민원도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아직 IE를 쓰니까 괜찮다는 식이다.

언젠가 마이크로소프트는 IE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그만둘 것이고, 그때는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IE 사용자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보험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보험사들이 인터넷보험을 새로운 판매채널로 생각하고 있다면 적어도 웹표준에 다가가려는 소비자에게 누구보다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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