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객원논설위원
김영인 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의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벚나무의 영어 명칭이 어째서 '다케시마 체리'인가? 자랑스러운 우리 한복을 왜 영어로는 '코리안 기모노'라고 하나? '일본 소나무'는 또 웬 말인가? '광복 70년'을 맞아 이런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바로잡았다는 보도자료도 나오고 있다. 일본식 법률 용어 등을 우리말로 바꾸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바람직한 소식이었다.

그러면서도 고치고 바로잡을 마음이 '별로'인 게 있다. '한반도'라는 표현이다.

알다시피, '반도(半島)'는 '3면이 바다인 반쪽 짜리 섬'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 땅은 애당초 '반도'가 아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신의주에서 함흥 근처까지 줄을 쳐보면, 그 북쪽은 절대로 '3면이 바다'일 수 없다. 동해안 쪽만 바다다. 3면이 아닌 1면만 바다일 뿐이다. 신의주∼함흥 이북은 분명히 대륙의 일부다. 우리 땅은 대륙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충 한 세기 전까지는 대륙인 만주에도 우리 땅이 있었다. '간도'다. 남한 면적의 절반이나 되는 좁지 않은 땅이었다. 일제는 만주철도 부설권을 얻는 조건으로 이 간도를 청나라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소위 '간도협약'이었다.

그런데도 일제는 '4면이 바다'인 자기들 땅은 제대로 된 '완전한 섬'인 반면, 우리 땅은 섬이 되다가 만 '반도'라고 우겨댔다. 한술 더 떠서, 자기들 땅은 그 완전한 섬이 길게 줄로 늘어선 '열도((列島)'라고 스스로 추켜올리면서 우리 땅은 '반도'라고 격하한 것이다.

일제가 우리 땅을 '반도'라고 깎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영역을 '반도' 이남으로 축소시켜서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을 한토징(半島人)이라고 멸시해서 부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반도'는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다. 한글학회도 '한반도'라는 말을 버리고 '우리나라'라고 불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단재 신채호는 '반도'라는 말이 가끔 껄끄러웠던지 '환해 삼천리(環海三千里)'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삼천리 강산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반도'고, 일본은 '열도'다. 박근혜 대통령도 며칠 전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 축사에서 "경원선을 다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해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하고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였다. 헌법도 우리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 도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원선'이라는 표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다. 그렇다면 '경∼원선'이 아니라 '서∼원선'이 옳을 수 있다. '서원선'으로 바꿨어야 좋았을 뻔했다. 일제 때의 서울 이름인 '경성(京城)'이 사라진지 한참 지났는데도 '경원선'이다. 일제가 물러가고 수십 년 후에 깔린 고속철도의 이름까지 '경부'고속철도다. '경성역'이 '서울역'으로 바뀐 지 벌써 오래인데도 그렇다.

'서울대학'의 옛 이름은 '경성제국대학'이었다. 일제가 물러가자 이름을 곧바로 '경성대학'으로 바꿨다. 그랬다가 '서울대학'으로 고쳤다.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대학 이름은 바로잡으면서, 철도 이름에는 아직도 '왜색'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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