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노동개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여권에서 비롯되었지만 야권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지루한 당내문제로 해서 이렇다 할 정치를 제대로 못하는 게 우리나라 정당의 배냇버릇이다.

하고 한날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기 일쑤인 정치일각에서 문득 정신을 차린 듯 현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인지라 귀를 의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우선 야당이 반대하기 위한 채비를 차리고 나선 것이다. 목표는 하나인 것 같지만 가는 길이 크게 달라 보이는 것이다. 금년을 넘기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서두르는 여당의 발목부터 잡고 나선 모양새다. 그래서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노동계에서는 벌써부터 투쟁모드로 전환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소위 누리고 있는 기득권은 한 치도 양보할 태세가 아니다. 물론 재계도 눈치 보기에 들어간 모습이 역력하다.

노동개혁의 요체는 노동현실의 비현실적인 구조를 바로잡는데 있다. 이를테면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제고해서 경영의 탄력을 강화, 기업경쟁력을 높이자는 거다.

아울러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정규직-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고용정책의 근간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두드러진 문제가 이것뿐이 아니다. 노동개혁의 대상에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 가운데 이 두 가지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야 향후 우리나라 노동현실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청년실업문제도 해소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은 청년실업난해소의 선결과제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청년실업의 원초적 문제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갈만한 자리가 마땅찮아서라는 것이다.

실업청년의 절대다수가 대학졸업자다. 그들이 바라는 자리는 대기업사원이다. 이른바 중소기업은 싫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체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기현상이다. 나날이 청년실업문제가 다급한 현안인데도 불구하고 실상은 이렇다.

그래서 중소기업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다. 궁여지책이지만 별수가 없어서다. 우리청년들을 써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부끄럽다는 것이다.

실업자가 돼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캥거루족이 된다고 해도 '쪽팔려서' 중소기업에는 다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여기서부터 비롯되어야한다. 따라서 경제논리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현실이다. 노동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달라져야한다. 고정관념이 뒤집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이 달라져야한다. 직업관이 달라져야한다.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 사회생태에 대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삶에 대한 좌표가 미래를 향해 뿌리부터 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사회기풍에 대한 새로운 운동을 창출해야 한다. 근대화시대를 이끌어 온 새마을운동이 새 철학으로 거듭나야할 즈음이다. 취업을 기다리는  청년들에게 새 옷과 정신으로 무장시켜야 한다. 기성세대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시골나들이 길에서 있었던 일이다. 동행했던 친구가 오이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많은 농가를 지나다가 차를 멈췄다.

 "오이가 아주 잘 자랐네요. 한 접만 살 수 있는지요?"

그러나 앞에 서있던 서넛의 사람들은 그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볼 뿐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나타난 영감님이 이 사람들은 외국인이라서 말을 못 알아든다는 것이다.       

"외국인보다 우리나라 청년을 쓰시지…"

그러자 영감님은 허허 웃으며 일당도 괜찮게 줘보지만 하루도 못 견디고 달아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현실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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