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객원논설위원
김영인 객원논설위원

한나라 때 변소((邊韶)라는 사람이 있었다. 젊어서는 평범한 몸매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몸이 점점 풍선껌처럼 부풀어버렸다. 그 바람에 배불뚝이가 된 사람이었다.

배는 튀어나왔지만 변소는 뛰어난 선생님이었다. 제자가 몇 백 명에 달했다. 변소는 그 제자들을 엄격하게 가르쳤다. 강의시간에 깜빡 조는 제자가 있으면 '공자말씀'을 예로 들어가며 알아들을 때까지 타일렀다.

그런 변소도 자기 자신이 졸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날 책을 보다가 슬그머니 잠이 들고 말았다. 코고는 소리가 강의실에서 자습하던 제자들에게까지 울렸다.

제자들은 낮잠 자는 변소를 놀려주려고 노래를 지어서 읊었다.

"선생님의 배는 뚱뚱한데, 책읽기를 싫어하고 잠만 자는구나.…"

변소는 제자들의 시끄러운 '합창'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뿔싸'였다. 그렇다고 제자들에게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자기를 흉보는 제자들에게 '임기응변'이 뭔지 즉석에서 교육했다.

"내 배가 튀어나온 것은 뱃속에 오경(五經)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경전(經典)을 생각하고 있다. 꿈을 꾸면 주공(周公)과 만나고, 평소에는 공자(孔子)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변소는 이렇게 놀림감이 될 위기를 넘겼다. 제자들은 변소를 더 이상 약올릴 수 없었다. 변소 역시 다시는 낮잠을 잘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변소의 뱃속에는 '학문'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선생님 뱃속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어쩌면 학문 대신 '흑심'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이 여학생에게 "원조교제를 하자"고 했다는 보도를 보면 그랬다.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의 점퍼를 찢고 몸을 더듬었다'는 보도를 보면 더욱 그랬다. 교장 선생님마저 예외가 아니었다는 보도를 보면 더더욱 그랬다.

어떤 영어 선생님은 여학생들에게 기생 이름을 붙이고, 수업시간에 연예인과 성관계를 상상하는 장면을 가르쳤다고 했다. 부산의 어떤 선생님은 여학생에게 '누드 모델'을 제의했다고 했다. '신체의 특정부분'을 만지고 싶다, 키스를 하자는 등의 말도 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전국의 선생님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폭력이 넘치는 대학교 교수님도 있었다. 교수님은 야구방망이 등으로 제자를 무지막지하게 때린 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인분까지 먹이고 있었다. 그것도 10여 차례나 강제로 먹였다고 했다.

뱃속에 '돈'만 가득한 선생님에 관한 보도는 잊을 만하면 나오고 있다. 큰돈 작은 돈을 가리지 않고 마구 삼키는 선생님이다. 교육이 아니라 장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더라면 틀림없이 성공했을 선생님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어떤 마을에 랍비가 와서 물었다.

"이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러자 경찰관이 랍비 앞으로 나오면서 대답했다.

"내가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다."

랍비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경찰관이 아니라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군인이 랍비 앞에 등장했다. 랍비는 짜증스러운 듯 다시 말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선생님이다. 경찰관과 군인은 마을을 파괴하는 사람이다. 마을을 진정으로 지키는 사람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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