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LG가 "향후 2차 협력사 이하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거래처는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LG의 서브원, SK의 스피드몰, 포스코의 엔투비, 코오롱의 코리아e플랫폼, 웅진의 웅진홀딩스 등을 직접 거론하면서 "대기업들이 MRO 사업으로 중소상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편승해 성장한 대기업의 MRO 업체들이 최근엔 그룹 외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시장을 확보한 MRO 업체들이 납품단가를 후려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날 삼성 수요 사장단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아이마켓코리아와 관련한 논란에 대한 대책과 관련, "아이마켓코리아는 향후 계열사와 1차 협력사 외에 새로운 거래처는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물량의 경우 기존에 진행되던 거래가 끝나는 대로 더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은 중소기업계와 학계의 추천을 받아 아이마켓코리아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을 사외이사 당연직으로 위촉하고, 중소기업 관련 교수 1명도 사외이사로 추천해 사내·외 이사를 각각 3명씩 동수로 하기로 했다. 이는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해 약 2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삼성은 예상했다.

또 아이마켓코리아 이사회 산하에 학계와 중소기업계 인사가 참여하는 동반성장 자문기구도 설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과 판로 개척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중국, 동남아 등 인접국에서 구매하고 있는 해외의 대형 구매사와 국내 중소기업의 연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 중소기업계는 "삼성은 2차 협력사 등 다른 부문에 대한 사업중단 역시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바 있다.

LG의 MRO업체 서브원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차 협력사 이하 중소기업에는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브원은 지난 20일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진행된 사업조정 회의를 통해 공구유통도매상들이 요구한 4가지 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구유통도매상들은 MRO업체에게 2차 협력사 이하 중소기업 진출 금지를 요구해 왔다.

그동안 공구상협회에서는 사업조정 요구사항으로 ▲기존 MRO 사업 고객사에 대해 공구유통상의 거래 중단하지 않기 ▲매년 초 중소기업중앙회 주관으로 적정이윤 보장을 위한 협상 진행 ▲공급업체 변경시 협회에 통보 ▲2차 협력사 이하 중소기업 진출 금지 등을 요청했다.

서브원은 앞선 3항의 요구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 수용했던 바 있다. 다만 중소기업 신규진출 금지 부문이 난항이었는데, 이마저도 서브원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브원 관계자는 "이제 공구상협회의 수용여부가 관건"이라며 "사업조정 신청시 요구한 4가지 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졌기에 조만간 자율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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