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악화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건설업계에 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브릿지론 부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 등을 뼈대로 한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이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P-CBO 발행 규모를 1조7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려 건설사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P-CBO는 아파트나 빌딩 등 건설사의 자산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모아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다음 달 7일 1차 발행을 시작으로 차례로 발행한다.

금융위는 기존에 P-CBO 발행에 편입됐거나 발행액을 아직 갚지 못해도 신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발행 한도는 중소 건설사 500억원, 중견 건설사 1천억원이다.

2008년과 2010년 약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브릿지론 보증은 2년 만에 부활한다.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제도다.

브릿지론 보증은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운영한다. 공공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업체당 300억원까지 보증을 제공한다. 공급 규모는 약 5천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금융위 고승범 금융졍책국장은 “P-CBO 발행과 브릿지론 보증 등 위기 때 운영한 유동성 지원 제도를 확대 가동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건설사의 PF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정상화뱅크(배드뱅크)’로 2조원의 부실채권을 사주도록 했다.

이달 중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먼저 사들이고, 부실이 추가되는 사업장이나 정상화가 늦어지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1조원을 더 사들인다.

정상화뱅크와 별도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올해 말까지 1조7천억원 규모의 PF 부실 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한다.

유동성을 지원하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 특별보증을 제공해 자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신속지원제도)’은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패스트트랙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도입돼 5차례 연장됐다. 패스트트랙 적용 건설사에는 보증비율이 40%에서 65%로 높아진다. 지원 예상 규모는 약 5천억원이다.

채권 행사를 최장 3년까지 유예하는 ‘대주단 협약’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협약에는 17개 시중은행을 비롯해 173개 금융회사가 가입했다.

대주단에 속한 채권단이 4분의 3(채권액 기준) 이상 찬성하면 채권 행사를 유예하는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

건설업계 “사후약방문 보다는 근본적 문제 해결부터”

그러나 이번 지원방안을 두고 건설업계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이번 대책이 위기에 처한 업체들에 유동성을 공급해 숨통을 트이게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필요한 대책은 ‘사후약방문’이 아닌 ‘선제적 조치’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남광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현재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받는 업체는 총 25개사로 늘어났다”며 “앞서 금감원이 실시한 2012년 대기업 신용위험정기평가 결과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 36개사 가운데 17개사가 건설사로 나타났고 건설사들의 재무 구조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건설업계 줄도산의 ‘뇌관’인 은행 PF 대출금 약 11조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만기 연장이 어려운 부실 사업장 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 데 은행들은 건설경기 침체를 고려해 올해 만기가 몰린 PF 대출 가운데 부실하거나 사업성이 불투명한 대출을 회수할 계획”이라며 “이럴 경우 줄도산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진배없다. 금융권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시행사가 망해 건설사가 대신 돈을 갚으면 이미 부실 사업장인데 금융권은 이런 사업장을 정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PF정상화뱅크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위험 변수가 엄청나다. 미분양이나 입주 갈등이 불거진 부실징후 사업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뒷북을 치는 대신 선제적으로 잠재 부실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에 나온 방안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던 정책을 연장·부활하거나 확대시행토록 한 것”이라며 “‘재탕’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도 금융권도 몸을 움츠린 상황이라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건설업 위기에 공감하고 정책적인 지원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정책을 엮은 것이지만, 건설시장의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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