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11시 22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 현대미술관 신축공사장 지하2층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11시 22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 현대미술관 신축공사장 지하2층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사고의 원인을 놓고 유족 측과 시공사인 GS건설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유족 측은 GS건설이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GS건설 측은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유족 대표 유택상(50)씨는 14일 서울 종로구 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공사 현장에서 “지하 3층, 지하 2층의 넓은 현장을 안전 요원 1명이 다 관리했고 소화기도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유도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지하에 들어와서는 안될 사무실도 들어와 있었다”며 “대피 훈련도 없었고 안전 교육도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또 “절대 해서는 안되는 용접작업이 병행됐다”며 “지하 3층에서 용접 작업을 했는데 지하 2층에는 스티로폼, 우레탄 폼 등 인화성 물질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이번 사고로 사망한 유문상(44)씨와 부상을 당한 유윤상씨의 친형으로 지난주까지 이 현장에서 근무했다.

그는 “현장 소장이 기성(공사 진행률에 따라 받는 공사대금) 380억원을 받기 위해 하도급 업체를 계속 추궁했고 안전관리를 무시해서 이런 사고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GS건설 김세종 상무는 이날 현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고 당일 아침에 작업배치를 할 때 용접작업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김 상무는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에 “안전팀이 따로 있고 현장에 오면 사고의 위험성을 다 고려해 교육을 실시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를 독촉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일부 야간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기를 대비해 공정을 몇일 정도 앞당기기 위해서 했을 뿐”이라며 “예정된 공기를 넘어가면 지체상금을 물기 때문에 현장에서 최소한의 자구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며 “공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입찰한 것”이라고 답했다.

GS건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주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29명의 사상사를 낸 국립현대미술관 화재는 공사 현장 지하 2층에 있던 우레탄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옮겨 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방재청, 산업안전보건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현장에서 화재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 조사를 진행했으며, 16일에는 시공업체인 GS건설측 현장소장과 건설안전책임자 등을 소환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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