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45차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45차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가 17개 세법을 개정해 1조6600억원의 세수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2012년 세제개편안’을 지난 8일 발표하자 카드업계와 보험, 증권업계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개편안에 따르면 즉시연금 등 저축성보험을 10년 이내에 인출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20%에서 15%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제개편안’의 주요 키워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퇴직금 세율 확대, 비과세 재형저축·장기펀드 소득공제 신설 등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즉시연금 등 저축성보험을 10년 이내에 인출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20%에서 15%로 축소된다.

생보사와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고객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중 하나를 뺏기는 셈이다.

우선 생보업계는 즉시연금 가입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절세수단으로 거액자산가 등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비과세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 세제하에서는 즉시연금보험 중 이자만 받고 원금은 상속하는 '상속형'과 사망시까지 원금과 이자를 나눠받는 ‘종신형’은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상속형과 종신형 모두 10년내 중도 인출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적용 받지 못한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들은 올해 5월까지 즉시연금으로 1조원이 넘는 보험료 수익을 올렸다.

생보사 관계자는 “부유층들에게는 필수 가입 대상으로 인식될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던 상품”이라며 “올해 즉시연금 가입실적이 작년 한해 회사 전체 실적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리과세 상품 등 대체 상품이 있긴 하지만, 즉시연금만큼 확실한 매력을 지닌 상품은 드물기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카드업계 역시 고민에 빠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는 이미 예견된 사안이지만, 대안으로 체크카드를 내세우기에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입장에서는 카드 사용에 대한 메리트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소득공제만을 위해 카드를 긁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체크카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어서 신용카드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탑재하기는 어렵다”며 “업계 차원에서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관련기사 보기>

금투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파생상품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위축 등을 고려해 제도시행은 3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는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상당히 커진 만큼, 일반적인 근로소득은 물론 여타 금융상품과의 과세형평성을 감안해서 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증권회사 거래수수료(선물 0.0072%, 옵션 0.295%)와 대만 등 외국사례를 감안해서 낮은 수준으로 설정했다”며 “시행시기를 3년 유예해 과세에 따른 준비기간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투업계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각종 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실적악화가 불보듯뻔하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 하락에다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증권사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어닝쇼크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식시장 양도세 적용대상 확대시 기존 거래세 부담을 일부 줄여줄 필요가 있고, 파생상품 시장도 거래세보다는 처음부터 양도세 체계를 기반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간접세 인하가 빠진 정부의 2012 세제개편안을 놓고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적용기한을 3년간 연장해 놓은 간접세 비중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서민·중산층의 세(稅)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연맹 측에 따르면 내년 상당수 근로소득자는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를 추가로 받지만, 신용카드 공제가 20%에서 15%로 줄어들고 명목임금인상액에 대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올해보다 더 내게 된다. 실질임금이 감소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정부 계획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비과세를 폐지할 경우 1천206억원,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로 1천627억원의 증세효과가 각각 예상된다.

연맹 측은 “정부가 세제개편으로 서민층과 중소기업은 2천400억원,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1조6천500억원의 세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신용카드공제축소 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여서 사실상 서민층의 증세 효과를 미미한 것처럼 위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