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한 금융권이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업무비용 절감은 물론 지점 통·폐합을 통한 긴축경영에 나서는 한편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곳도 있다. 당장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진 않지만, 자연적 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수준의 ‘소프트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여라”

현재 금융권의 비상경영은 우선 비용을 줄이고 수익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업무 추진비, 회식비, 홍보비, 심지어 전기료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인다는 게 비상경영의 취지다.

주식 거래가 급감해 사정이 나쁜 증권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의 연봉과 인센티브도 일찌감치 삭감됐고 외국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IR) 참가도 더욱 어려워졌다.

대신증권이 올해 초부터 벌인 ‘업앤다운(UP&DOWN) 2012’ 운동은 말 그대로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은 낮추자는 뜻을 담고 있다.

업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협회는 회원사 사정을 고려해 지난달 초부터 업무추진비와 회의비, 홍보비 등의 비용을 20% 줄였다.

수수료 인하로 타격을 받는 카드업계도 회원 모집비용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일반경비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작년 이하로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소모성 경비 절감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도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하반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도 최근 비상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슬림경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계획을 최대한 억제하고 불필요한 비용 집행을 억제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점포 통·폐합… 부동산 매각해 현금확보

금융회사들은 비상사태를 맞아 조직 슬림화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본부부서를 작년 9월 말 206개에서 올해 3월 말 142개로 60개 넘게 줄였다. 이 기간 국내 지점도 118개에서 99개로 20개 가까이 감소했다.

동양증권은 국내 지점을 작년 3월 말 165개에서 9월 말 145개로 20개 줄인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33개로 12개 더 없앴다.

점포 직원을 줄여 인건비를 최대한 절감하려는 의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주식거래가 늘어나고 있어 점포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며 “경기 상황까지 악화하면서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중에서는 현대카드가 조직(실)을 절반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일부 임원, 팀장 보직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운용 효율을 증대하기 위해 조직 통·폐합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2년간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인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저축은행 중에는 부동산 매각에 나선 곳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지원센터와 여의도지점이 입점해 있는 지상 14층, 지하 4층의 별관사옥을 매각했다.

대우증권은 마산 사옥과 울산남 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고, 대신증권은 올해 초 강남 뱅뱅사거리의 강남지점 빌딩을 매각했다. 또 W저축은행은 올해 초 강남에 있는 건물을 200억~300억원 수준에서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은 아직 없어

아직 일부 은행에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본격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분간 자연적 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수준의 소극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은행권에서는 SC은행이 작년 12월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800명이 퇴직했다. 씨티은행도 작년 11월 명예퇴직 신청을 추진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시행하면 일시적으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 비용조달 문제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은행권의 구조조정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인력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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