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반분양을 앞둔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들이 미분양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분에 대한 가격을 인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이달 중 분양예정인 왕십리뉴타운3구역 조감도.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반분양을 앞둔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들이 미분양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분에 대한 가격을 인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이달 중 분양예정인 왕십리뉴타운3구역 조감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뉴타운이나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성이 담보된 지역에까지 미분양여파에 휩싸이면서 최근 정비구역에서 일반분양가를 낮춰서라도 미분양분을 없애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 도심과 가깝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데다 청계천변을 끼고 있어 이른바 ‘노른자위’로 꼽히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 3구역이 자존심을 꺾고 일반분양가를 낮추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경우 일반분양분의 수가 많거나 분양가격를 높여 나오는 수익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이게 된다. 반대로 일반분양분이 적거나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늘게 된다. 다시 말해 이론상으로는 일반분양물의 가격이 높고 일반분양분도 많다면 분담금 없이도 조합원은 새집에 입주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일은 실제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어떻해서든 일반분양분의 가격이나 개체수를 늘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최근 분양시장의 침체로 미분양분이 증가함에 따라 일반분양가를 주변보다 높혔다가 분양이 안되면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으로 방지위해 일반분양가격을 낮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올 초 첫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의 고배를 본 인근 왕십리뉴타운2구역(3.3㎡당 일반 분양가 1천948만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왕십리뉴타운3구역 조합이 일반분양가 낮출예정이다.

아울러 왕십리3구역 조합은 건축계획도 변경했다. 60~70평형대의 대형 아파트를 없애는 대신, 최근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59㎡형과 84㎡형을 채워 넣은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조합원들의 분양신청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당초 3.3㎡당 평균 분양가가 1천900만원대 후반~2천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해 3.3㎡당 평균 분양가를 1천950만원에 맞추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분양가도 전용 84㎡형을 기준으로 총 5천만원 가량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조합원 분양가를 높게 조정한다는 데에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했겠지만 현재는 일반분양가를 낮춰서라도 분양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져 반발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분양가를 당초보다 낮췄기 때문에 전보다는 분양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분에 대한 가격을 하향조정했지만 여전히 일반분양물에 대한 분양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분양가가 높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얼마 전 왕십리1구역도 일반 분양가를 낮춰 3.3㎡당 1천920만원에 책정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는데 아무리 입지가 좋다 하더라도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3.3㎡당 1천900만원 중반대의 분양가가 먹힐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양가 인하는 수도권에서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 7~9구역의  재개발의 경우 애초 관리처분계획에서 책정한 일반분양가보다 3.3㎡당 평균 200만원가량 낮췄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가의 주상복합과 중대형 아파트가 줄고, 중소형이 크게 증가한데다, 입주 무렵 웃돈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분양가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분양가격 인하 기조에 대해 우려의 소리도 없진 않다. 분양가 인하로 인해 조합원 개인의 추가 부담금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조합원 A씨는 “3년 전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책임은 조합과 건설사 모두에게 있다”며 “미분양이 우려돼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모든 부담을 조합원만 지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반분양가를 낮추려는 사업장 대부분이 3~4년 전 건설사가 분석해 준 자료를 토대로 분양가를 책정했을 것”이라며 “건설사도 공사비를 일부 인하하는 등의 고통 분담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