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아침 라디오에서는 그리스의 수도 아테나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우리나라 교포와 앵커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국가부도사태가 임박한 그리스국민들의 표정을 현지와 연결해서 알아보는 중이었다.

"그리스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어제 제가 운영하는 스파게티점포에 젊은 여성 한분이 오셨어요. 식사를 마치고 앉아 있더군요. 해서 요즘 그리스 경제관련 국민투표에 대해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울더란 말씀이지요?"

"네에,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해서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닦으며 하는 말이 일할 곳이 없다는 겁니다. 순간 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울기까지 할까 하는 심정이었지요. 그 여성은 1년 전에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더군요. 어디 한군데도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허, 참…"

앵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탄식이다.

이어 뉴스시간에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소식이 쏟아졌다. 특히 청년실업이 내년에는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책이라고 빛바랜 재탕  삼 탕 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 3년간 워낙 정쟁에 휩싸여있는 대한민국에서 위기경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짚어낸다는 게 무의미했다. 당국자 어느 누구 한사람도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귀 기우리지 않았다. 그리 머지않은 과거에 외환위기라는 6.25못잖은 국난을 겪었던 나라였건만 이 나라 위정자들의 머릿속엔 오직 차기 정권의 향방과 개인적 영달에만 매몰돼 있는 것이다.    

휘청거리는 경제가운데서도 청년실업문제는 이미 심각도가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되었다. 사태의 진전만 막연하게 지켜볼 뿐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찾아낸다고 한들 이미 뒷받침할 만한 추진력을 잃은 국회와 해바라기만하는 정부의 여력으로는 소기의 효과를 기대하기 난망인성 싶을 정도다. 그래서 지구 저편에 있는 나라 그리스의 경제난맥상이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걱정이다.

대한상의가 내놓은 청년실업 대책보고서는 사실상 '수요와 공급에 맞춘 일자리 정책'이 시급하다는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구조적 혁신만이 위기를 돌려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3년간 해마다 약 32만 명의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지만, 정년연장이 정책적으로 확정된 까닭에 새로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2년 뒤에는 청년실업률이 10%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오늘날 우리나라 청년실업문제는 '학벌중시사회와 임기   웅변식 정년연장이 맞물려 경제적 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는 단순하게 경제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교육 노동 문화 등 사회전반의 문제가 포괄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꼬인 실타래 같은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정부는 이따금 이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해소책 모색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날이 갈수록 실타래는 꼬여만 갔다. 지난해 7월 청년실업률은 8.7%였다. 올 5월은 9.3%로 치솟았다.

금년도 정부의 청년고용예산만 1조4천억에 달한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도대체 그 돈이 어디에 쓰였다는 것조차 의문이다.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이 문제의 가시적 성과를 내보겠고 다짐하지만, 기대하는 국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침침한 경제보다 더 암담해 보이는 정국상황 속에서 진정 나라의 내일을 위해 진심으로 나서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위정자가 참으로 아쉬운 때다. 국민은 한줄기 시원한 샘물을 갈구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이국인과의 대화 끝에 눈물을 흘리는 그리스 여인의 모습을 이 땅에서도 보지 않기를 참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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