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아시다시피 60년대부터 80년대, 아니 그 이후에도 간간히 유행했던 구호가 있다. '경제개발 0개년 계획'이라는 구호나 혹은 '국토개발 0개년 계획'이 그것이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정부는 이른바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게 연례행사였다. 대개 대통령을 위시한 해당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정책을 발표하곤 했다.

기본계획과 함께 향후전개과정 그리고 예상효과 등등이 소상하게 공개되기 일쑤였다. 매스컴은 하나같이 계획을 시리즈로 소상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그 무렵 발표된 각종개발계획이 당초 계획한대로 실행에 옮겨졌는지는 알 수 없다.

누가 나서서 꼼꼼하게 실천여부를 밝혀냈는지도 국민은 알 수 없다. 바로 그런 시절을 일컬어 '개발시대의 신화'라고 하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경제가 이만큼 성장 발전한 추동력도 개발신화의 덕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90년대 접어들면서 시간을 못 박아 개발을 서두는 식의 국책사업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신 정책의 주도성을 세워 내외적 역량을 집중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개발정책이 자리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어떤 방식의 정책이 보다 효과적인 것인지는 전문적이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대를 거친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것이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과거와 같은 개발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보다는 그동안 지속되던 정책을 뜯어고치는 정책적 수정이 많아진 것이다. 그것을 두고 여야 간의 정치적 힘겨루기가 주요국정으로 꼽히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정권의 첫 번째 국정목표가 전 정권에서 만들어 놓았던 각종 규제정책을 혁파하는 것을 거론할 정도가 되었다. 과거에 대한 혁파가 자칫 역사외면으로 비처질 수 도 있으나, 보다는 잘하자고 했던 지난 정권의 규정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발전을 저해하는 암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출범초기 도처에 널려있다는 각종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깃발을 곧추세웠다. 소관부서별로 추진 팀을 만들어 실적 올리기에 나섰다. 그 길만이 경제발전의 첩경이 된다는 인식에서였다. 국민적 호응도 컸다.

온갖 규제에 걸려 사업을 하려고 해도 발이 묶기기 일쑤였다.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겠다고 떠들지만 막상 투자를 작정하고 착수해 보면 여기저기 걸리는 데가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지금은 규제개혁이 얼마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나 기관이 없는 성 싶다. 당국도 입을 벌리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투자자들도 입을 닫고 있다.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눈치다.

그 사이 경제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모든 경제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정부도 걱정에 빠진지 오래다. 경제와 상관없는 사건이나 사태에 매몰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누구를 탓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긴 하다. 그러나 위정자들의 각성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생각해 보라. 이른바 보수 정권이 연이어 나라를 이끌고 있다. 거의 10년 세월에 가깝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어떤 성과를 내세울 것인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실적이 무엇인가를 국민은 모를 지경이다.

이명박 정권 내내 국민은 4대강에 매몰돼 있었다. 지금도 끈질기게 그림자에 드리우고 있다. 그것을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내칠 수만 있을까.

박 정권으로 접어들어 무엇을 성과라고 제시하겠는가. 지겨울 정도로 여야정쟁만 국민의 귓전에 맴돈다. 사건, 사고를 하나둘 꼽기조차 싫다. 느닷없이 역병도 국정의 중심에 있는 즈음이다.

솔직히 민생의 주인공인 민초들은 역병쯤은 두렵지 않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큰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어언 10년 동안 정권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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