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20여일 전, 전대미문(사실은 이미 전부터 알려지긴 했다)의 바이러스가 한국인의 체내에 옮아붙었다. 이른바 '메르스'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다. 주로 중동지역에 사는 낙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찍이 중동지역에서 비롯되었지만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퍼지긴 했지만, 전파력은 크게 주목받는 양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맹위(?)를 떨쳐 불과 20여일 만에 온통 '메르스공화국'이 될 정도로 혼란스럽고 나라 경제마저 무너지는 형국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의료전문가들은 요즘 기상상황이 첫 번째 요이이라고 지적한다. 바이러스가 활개 치기에 알맞은 기온조건을 꼽았다. 또 초기대응이 재빠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대형사고 혹은 전염병확산에 대한 당국의 대응시스템이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럴까? 그것뿐일까? 대한민국이 메르스공화국으로 급변한 까닭이 그것뿐일까? 그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전염병을 아니, 메르스를 무시무시한 괴물로 키운 그 무엇이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를 침공하면서부터 도처에 널려있는 한국산 무기(?)로 무장하면서 공격력을 배가한 것이다.

우선 24시간 떠들어 대는 각종 매스컴을 동지로 삼았다. 공중파, 종편방송, 라디오 등과 동맹을 맺었다. 물론 온갖 신문들과도 연대했다. 이들 매체들은 하루 종일 단 한시도 쉬지 않고 메르스가 온 나라에 퍼질 것처럼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들은 메르스를 제일 먼저 막아내는데 앞장서야할 방역당국의 처사에 대해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 논리가 아주 정연했다. 세월호 침몰 때도 소위 골든타임을 놓쳐 대형사고로 이끌더니, 이번에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대기 시작했다.

세월호 때도 일 년 내내 입방아를 찧어대던 그들이다.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역병전문가로 돌변해서 전전긍긍하는 당국에 대고 저주를 퍼붓는다. 더불어 방송인, 변호사, 정치인, 교수, 의사, 자칭전문가 등등 출연하는 자들마다 흉보고, 탓하고, 깎아내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루 종일, 밤새도록….

더 심각하기는 인터넷의 공습(?)이다. 거칠 데가 없는 인터넷속의 세상은 요지경이다. 일찌감치 메르스공화국을 구축해놓고 각종 암적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거침이 없었다. 때를 만난 네티즌군단의 맹활약은 쉽게 메르스정국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했다. 과연 IT선진국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급기야 당내싸움에 빠져있던 정당들이 물실호기라 여겼는지 나서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앞장서더니 야당이 쓰윽 나서기 시작했다. 여당도 마지못한 듯 나선다. 시나리오에 없던 배역들이라 알지도 못하는 대사만 읊어대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향한 적대감 표출이 이들 정치인들의 무기. 대통령은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 제일 공격목표다. 대통령만 일찍 나섰다면 메르스 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논지다. 나아가 이 지경에 웬 미국방문이냐는 질책으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미국만 안가도 메르스는 물러갈 것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어느 땐 대통령이 이 나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핏대를 세우더니 이번엔 어디로 갈까봐 붙들고 매달리는 모양새다.

발표에 따르면 현재 감염환자는 약 백여 명을 밑돈다. 5,000만 명 중에 그렇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메르스환자가 많은 나라란다. 잘 발달된 매스컴 덕분에 관광광객이 줄었다. 예약했던 여행객들도 취소하기에 바쁘다. 모든 접객업소에는 바람만 인다. 서민경제가 세월호에 이어 내리 얼음판을 걷고 있다.

매스컴, 정치인, 방송인, 전문가 등등이 저 잘난 멋에 깊이 없이 떠들어대는 말 한마디가 이 나라의 꼴이 세계적으로 추락해 가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입방아로 무너져 내리는 나라의 모습을 대책 모르고 목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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